[이데일리 김현아, 정병묵, 오희나 기자]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IT와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언급했다. 최악의 상황에 빠졌지만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경우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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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995년 3월 일명 ‘휴대폰 화형식’을 치뤘다. 당시 휴대폰 불량률이 10%대로 치솟자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들을 구미 공장에 모아놓고 모두 불태워버렸다. 이후 밝혀진 일이지만 무리하게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가 품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결과였다. 이후 직원들의 분발과 회사의 체계적인 품질관리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세계 1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 만큼 이번의 갤노트7 단종이 주는 충격은 크다. 직원들 사이에서 삼성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자성론이 터져나오고, 스피드에 집착하다가 일을 망쳤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른다. 삼성전자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초일류라는 명성에 금이 가자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기업이든 늘 위기에 노출돼 있는 만큼 빨리 털어내고 대대적 혁신을 바탕으로 갤노트7 이후 신제품에 집중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삼성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지적하며 엘리트 의식 버리고 혁신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수직계열화 시스템은 일종의 내부거래라 할 수 있다. 그런 생태계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가 날수 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예전에는 국내 경제를 키우기 위해 대기업이 노력을 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삼성도 스스로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라고 말했다.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되 멈추지 말고 혁신을 하라는 주문도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인 로아컨설팅 김진영 대표는 “아직 명확한 원인 규명도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배터리의 안전 회로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소프트웨어의 오작동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대표는 “구글 픽셀폰이 안드로이드의 왕좌를 차지할 수도 있다”며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개혁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발화의 원인으로 배터리만 지목한 것은 성급했지만 모두 잊고 신제품에 집중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 출신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품질에 있어서는 삼성을 따라갈 회사가 없다. 빨리 개발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없다. 원인 검증과 별도로 미래를 보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움직임이 계속돼선 안된다” 며 “그동안 축적한 힘이 있는 기업인 만큼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수직적 조직문화나 스피드를 일방적으로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지금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리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식 도전은 분명 많은 장점을 갖고 있고 실적으로도 입증됐다”며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