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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에다 임차 수요마저 크게 늘면서 2학기 개강을 앞둔 서울지역 대학가가 극심한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개강을 20여일 앞둔 지난 9일 둘러본 대학 밀집지역인 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원룸시장은 너 나 할 것 없이 ‘전세 품귀’ 현상을 겪고 있었다.
“대학가 원룸, 오전에 내놓으면 오후에 계약”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변에서 전세를 찾으면 입주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며 ‘평범하게’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60만원짜리 월세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니 한번 들어간 사람들이 나올 생각을 않는다”며 올해 들어 거래한 원룸 전세가 딱 1건 뿐이었다고 말했다.
2학기 개강 전에 방을 얻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전세 매물이 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전용면적 19.8~23.1㎡(6~7평) 크기의 원룸에 들어가는 데에 매달 50만원 이상을 월세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본 5만원 이상인 관리비 부담은 따로다.
마포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포구 홍익대 앞 D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7평짜리 원룸이 1억~1억 2000만원에 전세로 나왔는데 그날 오후에 두 개가 모두 계약됐다”며 “중개업소마다 전세가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 원룸 전세 품귀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대문구와 마포구에서 거래된 전체 전월세 가운데 전세 거래의 비중은 각각 56.2%, 56.9%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58.8%보다 낮았다. 숭실대와 중앙대가 있는 동작구 역시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이 53.2%,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는 47.9%로 모두 서울시 전체와 견줘 많이 떨어졌다.
직장인 대학가로 U턴…학생들은 셰어하우스로
대학가 주변 거주자들이 다양해진 것도 전세난에 한몫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대학가에 머무는 졸업생 뿐 아니라 직장에 나가는 사회초년생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을 찾아 대학가 원룸촌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달 초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원룸촌에서 방을 구한 신입사원 김모(29·여)씨는 오히려 졸업 후 처음으로 대학가에 살게 된 경우다. 김씨는 “강남으로 출퇴근은 해야 하는데 내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찾다 보니 대학가밖에 선택지가 없었다”며 “사흘동안 발품을 팔고도 전세 매물을 찾지 못해 틈틈이 중개앱을 들여다보다 발견한 전세 원룸을 바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H공인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집을 구할 때도 사람들이 북적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대학가로 많이 몰린다”며 “홍대 인근 원룸만 해도 대학생보다는 직장인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가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한 집에 여러 명이 방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도 늘고 있다. 보금자리도 마련하고 주거비도 아낄 수 있다보니 이화여대·고려대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달 들어서만 ‘하우스 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이 30여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셰어하우스는 예전으로 치면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했던 하숙집이 진화한 개념”이라며 “대학가 전월세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셰어하우스는 앞으로도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