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달성 영화로서의 공통점을 전제하고 그중 관객과 감독의 관계에 맞춰 영화를 분석해 보자. ‘명량’은 ‘최종병기 활’로 대한민국 최고 흥행 감독으로 부상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만 ‘명량’은 확실히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관객의 영화다. 최근 한국에 유행하는 그 흔한 팩션사극이 아닌 정통사극에 가깝다. 그렇다고 교과서적인 차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 또한 보여준다. 역사이기 이전에 오락을 추구하는 영화는 역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영화적 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이순신이라는 비중 있는 인물을 다룬 이 영화가 가장 먼저 착수한 지점 역시 이순신 자체가 아니었을까.
누구나 다 아는 이순신을 어떻게 다르게 보이게 만들 건가가 감독의 첫 번째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명량’의 이순신은 어떻게 다르게 묘사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감독이 그려낸 이순신은 그동안 접해온 교과서적인 이순신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감독이 공을 들여 그려낸 이순신은 그저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과거 어떤 이순신과도 차별성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결국 관객성을 지향하는 감독의 이러한 의도는 지금 그대로 2014년 뜨거운 여름 관객과 공명했다. 관객인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그 난망한 해결로 인한 시름, 온갖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격랑 속에서 좌초하는 듯한 ‘한국호(號)’에 대한 무수한 실망과 좌절 속에 있다. 대한국민, 그리고 관객의 자리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이순신을 바라보며 감정이입한 이도 있다. 영화는 ‘누군가의 손길이 구원을 해준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탈바꿈됐다.
‘명량’의 이순신은 영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순신이 좀 더 해석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실패지만, 관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마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성공이다. 그저 바라보는 영웅이 아닌 스스로가 영웅의 입장에서 위로받고 싶게 만든 영화다. 박스오피스의 수치가 아닌 영화의 메시지란 측면에서 이 영화는 딱 ‘절반의 성공’인 영화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