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우왕좌왕 정부, 1년 전 이미 예고됐다

  • 등록 2014-04-29 오전 6:01:00

    수정 2014-04-29 오전 6:01:00

[이데일리 이도형 고재우 기자] 정부가 재난대책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상반기에 추진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안대로 시행될 경우 재난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드러난 정부의 부실한 대처수준은 1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안, 전문가 우려에도 한달만에 통과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가 재난시 정부의 대응방침을 규정한 법은 올 2월부터 시행중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입법예고를 거친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왔고, 국회는 공청회 한 번 시행하지 않고 한 달도 채 안되는 논의를 거쳐 6월말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재난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총괄 책임을 지는 것이다. 국가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해 실무책임을 나누는 방안도 포함됐다. 법 개정이후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에 따르면 태풍이나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난 시 실무책임은 소방방재청이, 교통사고와 같은 사회재난 때엔 안행부가 실무책임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정안은 당시 관련 전문가로부터 강한 반대를 받았다. 한국방재협회, 한국방재학회, 각 대학교 방재연구소 등 10개 방재관련 단체는 정부의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해 5월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안전행정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재난안전을 담당하는 부서를 늘리려는 안행부의 부처이기주의에 매몰된 대책”이라는 점을 집중 비판했다. 또 재난대책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간 업무 중복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이러한 비판에는 안행부가 재난상황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있었다. 당시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던 한 방재 전문가는 “현재 안행부 구성원의 99%가 행정직이고, 재난관리부서는 발령나면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 기피부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5월 31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다른 법안과 병합 심사돼 한달도 채 안된 6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도 안 된 시점이라 국회가 정부정책을 딱히 반대하기 힘들었던 환경도 조기 처리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법안을 심의했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새 정부가 안행부도 설립하고 해서 통과시켜줬었다”며 “일일이 건수를 잡아서 반대하기 힘든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권한커진 안행부, 세월호 사고에 허둥지둥

관련업계의 우려 속에 통과된 법안에 의해 재난안전 대책의 총책을 맡으며 권한이 커진 안행부는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잇따라 미숙함을 드러냈다. 사고 보고를 받았던 강병규 안행부장관은 중대본 설치 지시 후 경찰간부후보 졸업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대본 본부장인 강 장관이 사고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대본 역시 미숙함을 드러냈다. 구조자와 실종자의 수를 여러 차례 수정 발표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현장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휘체계에서도 오락가락한 모습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자신들의 발의했던 재난안전법에 나오지도 않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야 했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연구안전센터장은 “사회적 재난에도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어야 했는데 명령만 내리는 법이 되어 버렸다”며 “힘들고 거친 것은 전부 소방방재청으로 넣고 자기들(안행부)은 권리만 갖는 것으로 법 모양이 갖춰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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