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중국발 이커머스 공습…‘정책’ 대응이 시급한 이유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전세계 빨아들인 중국
이젠 이커머스로 확산, 덩치로 압도하는 알리·테무
자칫 국내 생태계 파괴 우려, 역차별 문제 해소해야
오프라인 아닌 ‘이커머스만의 정책’ 수립 시급
  • 등록 2024-02-19 오전 5:30:00

    수정 2024-02-19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국이란 나라는 참 무섭다. 14억명이란 어마어마한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 이를 통해 형성되는 거대한 자금력, 여기에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정부 정책까지 이른바 ‘3박자’를 모두 갖춘 나라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산업 구조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란 농담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 (사진=로이터)
중국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던 분야는 태양광과 배터리로 대표되는 제조업 중심이었다.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압도적인 수요와 자금력으로 태양광 소재(폴리실리콘) 가격을 급락시켰고 그 결과 한화를 제외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백기를 들고 철수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CATL이란 회사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중국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소형차 중심인 유럽 등지에서 외형을 대폭 키웠다. 일찌감치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과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제조업을 넘어 보다 우리 생활에 밀착한 유통의 영역까지 침투했다. 이커머스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빅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총 1000만명이 넘는다.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알리를 사용해보면 무료배송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까지 매력적인 지점이 매우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을 중국 업체가 장악한다면 앞선 제조업들의 사례처럼 해당 산업의 생태계는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쿠팡,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당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국내 1인 판매자와 소상공인, 구매대행업체 등의 입지도 위협받게 된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가격의 이점을 십분 이용하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진다면 같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알리만 해도 현재 소비자들의 불만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알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신고는 전년대비 400%나 늘었다.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판매자가 중국에서 상품을 매입·판매하면 관세와 부가세, KC 인증 비용 등이 붙지만 중국 플랫폼은 이 같은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우리와 체급차이가 나는 중국 업체들에게 오히려 더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하나의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심으로 전개됐던 정책의 틀을 보다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가지며 처음으로 움직임을 보인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산업부 관계자도 “이커머스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때가 왔다.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간담회 이후 정책 연구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요소를 조속히 없애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공정경쟁이 불가능해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과 소비자들을 보호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없는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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