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첫 코스피 상장사인 넥스틸도 희망범위 최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하며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대어급 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반전을 줄 흥행 종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14개 기업(스팩 제외) 중 5곳은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코스닥에 입성한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공모가(1만4000원)보다 37.64% 낮은 8730원에 마감하며 손실률이 가장 컸다.
가격제한폭 변동 직후 상장한 8개 종목이 최소 두자릿수대 수익률을 찍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첫 타자인 시큐센은 상장 당일(6월29일) 공모가 대비 205% 올랐다. 장중에는 공모가 대비 293%의 상승률을 보이며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필에너지(237.06%), 이노시뮬레이션(133.33%), 알멕(99%) 등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상장만 하면 급등세를 탔던 공모주 시장이 빠르게 식은 것은 신규 상장일의 기대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큐센이 최대 3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두자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단계에서 이미 거품이 낀 공모가로 줄줄이 상장하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이는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대어로 손꼽혔던 파두가 상장 첫날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1% 하락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가라앉은 IPO 분위기도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넥스틸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를 희망범위(1만1500~1만2500원) 중 하단인 1만1500원으로 확정한 것도 IPO 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상장을 준비 중인 두산로보틱스와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조 단위 대어들도 흥행 불확실성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고평가된 종목을 상장 전 저가에 매수한 기존 주주들과 기관투자자의 물량을 상장 당일에 매수할 신규 투자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두산로보틱스의 IPO 흥행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공모주 시장은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