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국감장 뒤덮은 `대장동·고발 사주` 논란
첫 날부터 위기였다. 지난 1일 법제사법·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행정안전·외교통일·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상임위 7곳의 국감은 시작과 동시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갈등은 감사 시작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 내용이 적힌 피켓을 일제히 자신의 앞 자리에 부착했고, 이에 반발한 여당 의원들은 “국감을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라며 감사 개시를 거부했다.
이같은 갈등은 국감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고발 사주·대장동 태스크포스`(TF)를 각각 발족한 민주당과 `이재명 경기지사 떳다방 진상규명 TF`에 시동을 건 국민의힘은 국감 본연의 목적에서 상대당 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었다.
사실상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 수사가 부진하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여야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 등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도 초점은 `대장동 사태`와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이었다.
지난 6일 정무위의 금융위 국감에서는 `화천대유 50억 클럽`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켰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 6인방을 폭로한 것이다.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 탓에 가계대출 관리 방안, 대출 실수요자 대책 등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
국토부 국감도 마찬가지.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아버지와 장모에 대한 의혹을, 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와 이 후보와의 연관 고리를 파헤치는데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 여야는 `네 탓`만 하며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정쟁을 일삼으며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국감 방해에 나섰다”고 지적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게이트`가 워낙 큰 이슈고 국민적 관심이 크다 보니 거기에 매몰된 것일뿐 부실 국감이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맹탕 국감`이 된 상황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는 한, 해마다 반복되는 양상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권 말, 대선을 앞둔 상황인 데다 대장동과 고발 사주라는 큰 정치 이슈가 여야 유력 대선주자와 맞물려 있었다”면서 “대선 주자와 각종 의혹이 직결된 상황에서 민생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거대 양당이 `정쟁 국감`의 득을 가져가는 것이 현재 권력 구조이다보니 민생과 직결되는 서민들의 삶의 고통과 피눈물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없다”며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책 중심,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로 바꿔나갈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