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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위풍당당한 저이를 보라. 패션쇼를 막 끝낸 뒤 런웨이에 선 유명 디자이너의 자태가 보이지 않는가. 마치 대중의 환호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조각품을 보며 슬그머니 미소를 띨 수 있는 것은 설치미술가인 오승열(39)이 H빔 끝에 세운 ‘저이’ 때문이다. 하얗고 반질하고 작은 ‘쥐’ 한 마리.
사실 눈여겨볼 것은 저 작은 쥐가 발을 딛고 있는 발판이다. 그 의미를 알아내려면 ‘푸 스토’(Pou Sto·2020)란 타이틀을 좀 더 따져봐야 하는데. 명분·근거란 속뜻을 가진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로까지 어원을 거스른다.
유머와 농담은 작가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코드란다. 이미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사람의 인식틀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무기로 이보다 더 강력한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터치’(Touch)에서 볼 수 있다. 나일론에 에폭시 페인트. 300×225×280(h)㎜. 작가 소장. 원앤제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