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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가지로 보이는 그림이다. 장대에 매달린 몇몇 사람이 춤을 추는 듯도 하고, 가지에 매달린 잎이 마지막을 기다리는 듯도 하다. 둘 다 맞다. 작가가 의도한 게 그거니까. “시들어가는 식물이 마치 누군가 검은 옷을 입고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니까.
‘검은 춤-1803an’(2018)은 그 연작 중 한 점. 이 장면을 완성한 도구는 ‘자개’다. 시선에 따라 색을 바꾸며 식물의 몸짓을 처연히 비추는, 배경이 또 조명이 돼줬다고 했다. 결국 인생을 봤던 모양이다. 스러짐은 춤으로 마감할 삶의 연장이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