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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시장 불황이 1·2·3차 부품 협력사들로 확산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산업통상자원부에 3조 1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자동차부품업계의 절심함을 반영한 행보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간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경남 소재 자동차내장재 업체 B사도 올해를 ‘보릿고개’라고 말할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영업이익은 무려 90%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적자전환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B사는 거래처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액이 반토막 나면서 자금운용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B사 임원은 “현재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면서 비용 감축과 함께 채용 동결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자동차부품업체를 상대로 신규 대출과 대출 연장 등을 잘 해주지 않으니 우리 같은 중견기업도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GM 공장이 있었던 군산에서는 부품업체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까지도 폐업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2·3차 자동차부품 협력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5월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한 데 따른 여파다.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오토젠은 군산 공장을 올 하반기부터 가동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군산 공장에 있던 설비들을 경기 시흥사업장으로 옮겨왔다. 오토젠 인근에 위치한 부품업체 삼성공업도 지난 7월부터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인천 본사로 설비 등을 이전한 상태다.
실제 삼성증권이 자동차부품 상장사 24곳의 올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6%나 줄었다. 특히 이중 절반 가량은 영업적자였다. 이익률도 하락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89개 자동차부품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했다. 2016년 3.5%, 지난해 2.4%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들어서는 1% 미만으로 떨어진 것. 최근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산업부에 3조 1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이 점차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 업계는 정부 자금지원이 적기에 이뤄져 이번 고비를 넘길 경우 향후 국내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업체로의 수출을 확대하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현재 국내 자동차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GM·포드 등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기 위한 협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다만 수출 전 시설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인만큼 현행 금리 수준으로 만기 연장 등 자금지원을 적절히 해준다면 이번 고비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지원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자체적인 체질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덴소 등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자생적으로 성장해왔다”며 “그간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기업 대상의 단순 임가공만 했다면, 이젠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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