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 “암은 정복 가능한 질병”

암 환자 57%, 10년 이상 생존… 5년 전 보다 19%P↑
양성자치료기·로봇 수술장비 등 최첨단 치료기기 갖춰
소아·여성암 병동 확충, 민간과 희귀난치암 치료 협력
“전체 암 30% 예방 가능… 금연·식습관 개선 등 중요”
  • 등록 2016-02-15 오전 6:00:00

    수정 2016-02-1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 달 26일 찾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국립암센터. 정발산공원이 둘러싸고 있는 이 곳에는 암 연구소,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등 국내 최첨단 암 연구 장비와 치료시설이 들어서 있다. 대지 면적만 총 4만 3995㎡(약 1만 3300평). 하루 1000명의 직원과 2000명에 달하는 외래환자가 오가지만 주변 길거리와 단지 내에서는 흔한 담배 꽁초 하나를 볼 수 없었다. ‘담배를 피우지도,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맡지 말라’는 국민 암 예방수칙이 이곳에서는 철저히 지켜진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
국립암센터 행정동에서 만난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전체 암의 30%는 예방이 가능하고 나머지 70%도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 및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암 검진 활성화, 항암 표적 치료 등 의료수준의 발달로 암은 이제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고 했다.

◇암 환자 절반 10년이상 생존

암 환자의 10명 중 5명이 암 발병 이후에도 10년 넘게 생존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9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비환자 대비 생존 환자의 비율)은 69.4%로 2001~2005년(53.8%)보다 15.6%포인트나 높아졌다. 10년 생존율도 1993~1995년 38.2%에서 2004~2008년 56.9%로 18.7%포인트 올라갔다.

그 중심에는 국립암센터가 있다. 정부가 지난 2000년 설립한 국립암센터는 암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와 진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부속병원, 국가 암 관리 사업의 정책을 입안·수행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4년 3월에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도 문을 열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보유한 270여명의 전공의와 100여명의 연구진이 협력해 암 관련 신약 및 신의료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암 연구 트렌드는 근거 중심의 암 연구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 연구로 바뀌고 있다”며 “유전체 연구, 맞춤 검진과 개인의 암 위험도 연구 등 유전자적 특성 연구을 비롯한 정밀 의학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양성자치료기는 획기적인 암 치료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기기는 정상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 해 암을 치료하는 장비로 ‘꿈의 암 치료기’로도 불린다.

지난 2007년 국립암센터가 480억원을 들여 도입해 첫 진료를 시작했다. 국립암센터는 또 다빈치 로봇 수술 장비를 갖춘 최신 수술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환자의 환부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은 뒤 3차원 확대 영상의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삽입 후 의사가 원격조정을 통해 수술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원자의 핵(양성자)을 빛의 속도의 약 60%(1초에 지구를 4.5번 돌 수 있는 속도)로 가속시켜 암 치료에 사용한다”며 “치료시 암 덩어리만 정확하게 공격하고 주변 정상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아 환자의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연구 수행한 결과물인 ‘제3기 국가암관리종합계획(2016년~2020년)’을 다음달 발표한다. 암 치료 정밀의료 기술과 완화의료, 국제협력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연간 외래환자 40만… 부속병원 2년 뒤 완공 목표

국립암센터는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전체 운영·관리비 예산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정부와 함께 진행하는 암 관리 종합대책 사업이나 전문 연구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병원 자체 수입을 통해 센터를 운영한다. 진료수입은 오직 암 치료 분야 하나지만 질 높은 진료 서비스로 꾸준히 환자가 늘고 있어 매년 실적이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국립암센터를 찾은 외래환자는 총 37만 1229명.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상황에서도 병원 매출은 큰 폭 성장세를 보였다. 늘어나는 환자 수요에 맞춰 부속병원 증축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8년 완공이 목표다.

이 원장은 “주중에는 빈 병상이 없고 수술 병상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환자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부속병원 증축을 결정했다”며 “다만 신규 병상은 완화의료 병동, 소아암 병동, 여성암 센터 등 공익적 목적의 병상을 중점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립암센터는 부속병원 증축시 호스피스 병상을 기존 9개 병상에서 26개 병상으로 늘리고 소아암 환자 병상을 40개 병상으로 늘린다는 세부 계획을 확정했다. 또 유방암, 난소암, 갑상선암, 자궁암 등 여성 4대 암 치료를 위한 여성암 병동을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국립암센터의 병상은 총 567곳. 증축이 진행되면 총 728개 병상을 갖추게 된다. 정부의 타당성 조사 이후 올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립암센터는 희귀난치암 치료를 위해 민간 의료기관과의 진료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민간 의료기관과의 진료협력실을 설치해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및 중앙대학교병원 외 56개의 진료협력병·의원과 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원장은 “올해는 지역병원에서 의뢰한 희귀난치암 환자에 대한 상담과 진료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만들려 한다”며 “개원의에 대한 연수, 간호사 보수 교육에 대해서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건강철학 세워라”

최근 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고 환자 생존률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은 암을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 2014년 기준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7만 6600명. 지난 1983년 이후 33년째 한국인 사망원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바로 정기적인 암 검진입니다. 암은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초기 단계의 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이 건강하다고 느낄 때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것 뿐 입니다”

국내 최고 암 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 원장의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은 지극히 평범하다. 다만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는데 있어서는 엄격하다. 그는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며 출근 이전 반드시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고 챙긴다. 밖에서 식사를 할 경우 짠 음식과 탄 음식은 피하고 항상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질 높은 수면을 위해 깨어있는 시간에는 본인의 일에 충실한다. 주말에는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가거나 자전거를 탄다.

이 원장은 “만약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금연하고,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암의 상당 부분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1954년 대구생이다. 1980년에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4년 서울대 의학과 석사, 1989년 서울대 비뇨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서울대병원서 인턴, 레지던트를 시작했으며 1987년부터 2001년까지 원자력병원 비뇨기과 과장을 지냈다. 이후 국립암센터 설립 초기 구성원으로 참여해 전립선암센터장, 이행성임상 제2연구부장, 부속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7월 국립암센터 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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