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적 안정성' 우려

상증세법, 이중과세 우려‥조정장치 마련돼야
공정거래법 몰아주기 규제, 예측가능성 확보해야
  • 등록 2012-08-22 오전 6:01:08

    수정 2012-08-22 오전 6:01:0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대선 정국 속에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법적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간의 높은 내부 거래 비중이 국가 경제의 중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지를 얻으면서, 새누리당 조차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합리성을 상실한다면 규제의 실익보다는 법적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난해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상증세법)은 물론 새누리당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승재 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변호사)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위헌 소지로 인해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집단내 계열사간 상품용역 거래에 따른 이익에 대해 증여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토록 한 ‘상증세법(제45조의3)’를 문제 삼았다.

최 변호사는 “올초부터 시행된 상증세법의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해서 위헌요소가 있는데다, 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이 이뤄질 경우 배당소득세도 부담하게 돼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다”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유지한다 해도 배당소득세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배당소득세를 증여세 과세에서 공제해 주는 조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뿐 아니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중소기업 관련 법안에 예외조항이 없는 만큼, 가족지배 구조가 일상화된 수직계열화된 중소기업들도 과세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상증세법의 경우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대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고 내부 지분율이 30% 이상이고 수혜법인 지배주주 지분율이 3%를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제23조의 1항 제7호) 개정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소위 재벌에 대한 순환출자 등 구조 규제를 하지 않는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공정거래법 강화를 추진 중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만 부당지원 행위로 규정하는 현행법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삭제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근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저성’ 조항을 없앨 경우 규제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느냐를 판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100원, 120원, 90원 하는게 시장의 이치인데 어떤 경우에 합리적이지 않는지를 정한 기준조차 없이 부당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면서 “처벌 자체가 아니라 부당지원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라면 기업들이 어떤 경우에 문제 되는지 알 수 있도록 예측가능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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