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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인 덴마크 업체 오스테드가 조 단위 추정 손상액을 발표한 게 주가 하락의 직격탄이 됐다. 오스테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 관련 추정 손상액이 160억덴마크크로네(약 3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부 구조물 부품 업체의 납기 지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이 애초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고금리도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사업 특성상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오스테드의 수익성 악화로 풍력 부품업계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해상풍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덩달아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풍력기업들이 하부 구조물 등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해상풍력 부품의 납기 지연 상황이 하부 구조물에 그치지 않고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등 심각한 부품난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부터 타워와 주 발전 장치인 나셀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2026~2027년에는 하부구조물이 급격한 부품난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풍력 업황이 올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풍력주가 주가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드맥킨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전 세계 풍력 터빈 수주 규모는 69.5기가와트(GW)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북미는 305% 급증했고, 유럽은 29% 늘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중국도 전년과 동일한 규모의 수주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연합(EU)의 리파워EU(REPowerEU·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계획)에 따라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풍력 입찰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은 IRA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풍력업계 역시 오스테드의 수익성 악화가 업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테드의 손상차손 발생은 개별 기업의 이슈로, 풍력 업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하부 제작사 입장에선 오히려 협상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