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붓으로 센 모래알…김성엽 '내 모래섬에 데이지'

2021년 작
눈으로도 분간키 어려운 모래 알갱이
한 점 한 점 붓으로 분간해 그린 작업
'흩날리는 성질' 쥔 '모래철학' 쌓아와
  • 등록 2022-04-15 오전 3:30:01

    수정 2022-04-15 오전 3:30:01

김성엽 ‘내 모래섬에 데이지’(사진=갤러리도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방에서 몰려든 바람이 밀고 파도가 당겨 쌓은 모래섬. 여기까지라면 이상할 게 없다. 눈앞에서 잡히는, 실제로 펼쳐지든 허구로 창조되든.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그림 속 모래’라면 사정이 다르다. 디테일도 지나쳐 미세한 알갱이가 주르륵 흐를 듯한데.

작가 김성엽은 오래전부터 모래와 씨름을 해왔다. 모래판 위에서 엉겨붙는 그 씨름이 아니다. 눈으로 분간하기도 어려운 알갱이를 한 점 한 점 붓으로 분간해내는 일이다. 15년도 훨씬 전 “흩날리는 모래의 성질을 이용해 어떤 대상에 대한 감성을 표현하려” 했던 게 처음이란다.

풍경으로 정물로 대상은 바뀌어왔으나 은 그대로다. 생성과 소멸, 영원과 찰나, 응집과 분해 등 양면을 다 가진 모래를 그려내는 작업이다. 그 모래를 제대로 보려 작가는 작업실에 모래성을 쌓고 관찰한단다. 시간에 따라 어찌 움직여가는지 유심히 살핀다는 거다.

‘내 모래섬에 데이지’(Daisy in My Sandisland·2021)는 요즘 작가의 모래가 옮겨간 ‘섬’ 연작 중 한 점이다. 차든 배든 새든 꽃이든, 오브제 같은 사물 하나씩 올려 ‘비현실의 현실화’를 완성했다.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김성엽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90.9×72.7㎝.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

김성엽 ‘섬’(Island·2020), 캔버스에 아크릴, 53×41㎝(사진=갤러리도스)
김성엽 ‘노스탈지아’(Nostalgia·2021), 캔버스에 아크릴, 72.7×60.6㎝(사진=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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