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단 앉고 보는 노상의 나무의자. 그 자리를 차지한 네 사람이 있다. 순서를 기다리는지 차를 기다리는지 알 순 없지만 기다림의 긴장감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맹맹한 표정으로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으니. 애정행각에 빠진 커플이 옆에 있든 없든.
그런데 신기한 노릇이다. 이 풍경을 ‘지하철’(Subway·2018)(안 혹은 대합실)이라 하겠다고 하니. 작가 최석운(60)의 눈이 말이다.
결국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인생을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컬러로 대신 읽은 건 아닐지. 치열한 부조화로 압축한 공허한 삶의 조화. 어차피 이 시대의 풍속화가 그렇지 않은가.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화려한 풍경’(Splendid Scen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53×195㎝.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