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인상 지침 논란.."형평성 위해 불가피" vs "조세원칙 포기"

"공시가-시세 차 맞추는 건 정부 일"
"조세정책에 압력행사한 심각한 일"
  • 등록 2019-01-07 오전 4:20:00

    수정 2019-01-07 오전 7:41:04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자인 민간 감정평가사들에게 공시지가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참고가격을 제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시가격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중앙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입 정도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6일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한국감정원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서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담당 사무관이 ‘정부 시책’이라며 당시 회의에 참석한 민간 감정평가사들에게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 지침을 설명했다.

인상 지침은 현재 40~50% 수준인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을 향후 4~5년에 걸쳐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 특히 시세가 1㎡당 3000만원이 넘는 고가토지는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해 시차 없이 한번에 시세의 70%를 맞추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사실 현행법에 있는 대로 부동산공시제도가 이행됐다면 이미 현실화율이 80% 이상은 됐을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공시지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지역별·유형별로 공시가격과 시세간 격차가 크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는 건 정부의 핵심 업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가 조세정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시세반영률이라는 개념이 법에 명시된 것도 아닌데다 합의된 기준도 없다는 이유다. 정부가 고가토지 분류기준으로 제시한 1㎡당 3000만원의 근거도 모호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한국감정원이 이번 공시가격 조사에 투입된 민간 감정평가사들에게 토지별 참고가격을 제시했다”며 “시세 반영비율도 아니고 가격 자체를 권고한 것은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를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하는 공시지가 조사·과정에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 정도로 개입했다면 감정원이 직접 조사·산정하는 주택 공시가격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또한 1㎡당 3000만원 넘으면 고가토지고 2999만원이면 저가토지인 것이냐. 정부가 조세정책의 근본인 공정성과 형평성, 균일성을 포기한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를 수행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감정원이 자체적으로 실거래가, 평가선례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표준지에 대한 참고가격을 제공한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사흘만에 참고가격 제공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급등했거나 공시가격이 저평가된 일부 부동산의 경우에는 최대한 가격상승분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어서 공시가격 상승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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