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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유전자분석기업 한 대표는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DTC) 관련 규제를 풀어준다더니 수년째 회의만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뒤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이라며 “아예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DTC는 소비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기업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유전자분석회사에 유전자검사 키트를 주문해 우편으로 받은 후 면봉 등을 이용해 입안에서 점막세포를 채취, 다시 회사로 보낸 후 유전자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피부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등 12가지 항목에 한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DTC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는 유전자검사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해 검사 가능 항목을 늘리자는 방안을 의결했고, 수차례 공청회 등을 거치며 서비스 항목 확대를 논의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DTC 규제 완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산업계를 배제한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를 통해 추가 허용 항목을 기존에 논의하던 100여개에서 50여개로 대폭 줄이기로 한 것. 그간 산업계와 의료계 등이 협의를 거쳐 논의한 항목 상당 부분을 줄인 것이다. 한 유전자분석업체 대표는 “그동안 누구를 위해 공청회를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청와대에 민원을 넣는 등 업계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전자분석업체 대표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도 일부 질병과 다양한 항목에서 DTC 서비스가 가능하고,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사실상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된 서비스를 할 수가 없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656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DTC 시장은 2016년 1055억원, 오는 2022년에는 4053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