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산책②] 현무암 비경 속 ‘은밀한 폭포’, 포천 비둘기낭

경기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로
글‧사진= 서영진 여행작가
  • 등록 2017-07-02 오전 12:02:10

    수정 2017-07-02 오전 12:02:10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 폭포(사진=한국관광공사)

경기도 포천 지장산 계곡(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비둘기낭은 경기도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만든다. 현무암 절벽과 동굴에 휩싸여 감춰진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영북면에 자리한 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으며,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 등록됐다.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은 국내에서 처음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다. 선입관과 달리 폭포는 산자락 깊은 계곡 사이에 자리하지 않았다. 비둘기낭폭포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농사짓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서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일상의 삶이 펼쳐진다.

포천 비둘기낭 협곡(사진=한국관광공사)

◇비둘기 둥지 닮은 ‘비둘기낭 폭포’

폭포는 불무산에서 발원한 불무천의 말단부에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됐다. 길을 걷다가 숲 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포 주변으로 하식 동굴과 절리 등 수직 절벽이 채워졌다.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 가지 사연에서 비롯됐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최근 이곳에서 비둘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밀한 폭포는 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피 시설로 이용했다. 인근 군부대에서 알음알음 휴양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폭포의 존재는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이 정착되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을 촬영한 포인트인 점도 한몫했다.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폭포 초입에 관련 포스터를 전시해놓았다.

비둘기낭폭포는 이어지는 협곡의 형세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현무암 협곡이 400m가량 연결되는데, 깎여 나간 주상절리 협곡 높이가 30m 이상인 곳도 있다. 이 협곡은 절벽 지대를 병풍처럼 드리운 한탄강 협곡으로 연결된다. 이 일대 현무암 협곡은 북한 평강군에서 화산이 폭발할 때 흘러내린 용암대지가 비와 강물에 깎이며 형성된 것이다. 그 세월을 유추하면 수십만 년이 된 셈이다. 폭포에서 나오면 협곡과 한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한탄강이 아름답다.

최근 보존과 안전 문제로 비둘기낭폭포 앞까지 내려서는 것이 제한돼, 전망대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과 3시에는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폭포 탐방이 가능하다. 비둘기낭폭포에서 한탄강 지질 지대로 생태 탐방로가 연결되며, 폭포 옆에 대규모 캠핑장도 조성됐다.

교동장독대마을(사진=한국관광공사)

교동가마소폭포(사진=한국관광공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좋은 ‘교동장독대마을’

폭포 주변에 있는 마을은 한가로운 추억 여행을 부추긴다. 교동장독대마을은 팜 스테이와 다채로운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마당 장독대에서는 정성껏 담근 장이 익어가고, 비 오는 날이면 원두막에 앉아 장독대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마을에서 수확한 채소로 신토불이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폭포가 자리한 대회산리 비둘기낭마을 역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동장독대마을이 새롭게 단장됐다면, 비둘기낭마을은 투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서 정감이 간다.

교동가마소는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의 바통을 이은 곳이다. 마을 앞산을 에돌아 닿는 교동가마소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협곡 모양이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아 붙은 이름이다. 너른 현무암 바위가 도드라지며, 궁예가 옥가마를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서린 옥가마소와 작은 폭포가 있는 폭포소가 대비된다.

지장산계곡(사진=한국관광공사)

◇호젓하고 청량한 포천의 매력

포천은 깊숙이 들어설수록 호젓하고 청량하다. 덜 알려진 계곡을 찾자면 교동가마소 인근의 지장산계곡이 좋다.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지장냉골’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으로, 화산재가 떨어지며 굳은 응회암이 곳곳에 보인다. 정상에 오르는 길 따라 시원한 계곡이 이어지는데, 올여름부터 차량 진입과 취사가 금지되어 한산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포천 나들이는 나무와 숲의 정원을 만나며 더욱 풍성해진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산정호수 가는 길에 평강식물원이 있다. 식물 7000여 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습지원, 연꽃정원 등 12개 테마 공간을 갖췄다. 허브아일랜드는 허브 향과 함께 먹고, 자고, 치유하는 곳이다. 허브둘레길과 허브빵가게가 인기다. 국립수목원(광릉숲)은 산림 생태계의 보고로, 500년 이상 보전된 나무와 숲을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포천에 오갈 때 청량하고 그늘진 숲에서 산책을 즐기기 좋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비둘기낭폭포→교동장독대마을→교동가마소→지장산계곡

△1박 2일 여행 코스=허브아일랜드→비둘기낭폭포→교동장독대마을→교동가마소→(숙박)→지장산계곡→평강식물원→포천아트밸리→국립수목원

△가는길

▷버스=포천시청에서 53번 버스(06:20~18:00), 대회산리(비둘기낭마을) 종점 하차, 약 50분 소요. 비둘기낭폭포까지 도보 5~10분.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 IC→퇴계원·구리 방면 47번 국도→철원·운천 방향 37번 국도→대회산리

△주변 볼거리= 포천아트밸리, 산정호수, 백운계곡, 어메이징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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