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룡' 이케아 진출여파로 광명상인 55% 매출감소

직물·주방용품 등 생활용품 판매상인 타격 가장 커
매출감소 속 대응방안 부재가 80%
  • 등록 2015-02-08 오전 6:00:29

    수정 2015-02-08 오전 10:59:11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광명시 가구거리.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가구거리에 줄지어 있는 매장을 찾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가구매장 주인들만 가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가구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희(48·남) 씨는 “대기업 브랜드의 가구 매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중소가구 매장은 신학기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8일 국내 1호점을 오픈한 이케아 광명점으로 인해 광명지역 관련업종 상인 2명 중 1명 이상이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가정용 직물제품·가구건자재 등 6개 업종 200명의 중소상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광명 이케아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케아 입점 이후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가구 관련 업종이 아닌 이불, 침대보, 커튼 등을 판매하는 ‘가정용 직물제품 소매점’(76.9%)이었다. 이어 가구 소매점(71.8%)과 식탁 및 주방용품 소매점(71.4%)이 뒤를 이었다. 이케아 매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가구류(비중 40%)보다 생활용품(60%)이 월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광명지역 상인들은 “매출 감소를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이케아 오픈 뿐 아니라 경기불황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광명지역 가구점 및 생활용품 유통점 체감경기에 대한 조사에서 부정적인 경기전망이 80.0%에 달했다.

광명시 철산역 인근에서 이불 판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자(63·여)씨는 “처음에 이케아라는 곳이 가구점이라고 들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케아가 오픈하고 나서 이곳에서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침대보나 이불 등 직물제품을 많이 구매하면서 매출이 급속히 줄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상인들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1.1%로 조사됐다. 매출 감소폭은 10~30%가 26.0%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30~50%(16.0%) △10% 이하(1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인 10명 중 8명 이상(84%)은 이케아 입점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지역 상인들은 매출 감소 등 경영위기에 직면하면서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케아 사업진출에 따른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없다’는 응답이 80.0%로 가장 많았으며 △품질향상 및 취급품목 다양화(27.0%) △가격인하 및 할인혜택 마련(19.5%)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케아의 의무휴무제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찬성(83.5)이 반대(2.5%)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이케아 입점 이후 지역상권에 대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초의 상권실태조사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이케아의 입점이 가구뿐만 아니라, 직물, 생활용품 등 다수의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국내외 대기업의 유통사업 진출 확대시 지역상권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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