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열린 철길따라 파도가 속삭인다 [여행]

'부산~강릉' 동해선 타고 삼척 겨울여행
대자연이 선사한 지하궁전 '환선굴'
해안절벽 잇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
관동팔경 첫손에 꼽히는 '죽서루'
가곡 유황온천, 캠핑장서 힐링 만끽
  • 등록 2025-01-10 오전 5:45:01

    수정 2025-01-10 오전 5:49:53

[삼척(강원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강원도 삼척은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과 이야기가 가득한 고장이다. 거친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해안선의 곡선, 세월의 흔적을 품은 깊은 산과 폭포,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동굴의 신비 등.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우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곳이 부지기수다.

과거엔 이곳에 도달하려면 꽤나 큰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삼척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부산과 강릉을 잇는 동해선(363.8㎞)이 100년 만에 전 구간 완전 개통하면서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삼척의 품에 안기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삼척의 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거닐고, 산속 깊은 폭포 앞에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동굴의 신비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아보기를…. 그 모든 순간이 삶의 한 조각으로 새겨질 것이다.

초곡용굴촛대바윗길은 총 660m의 탐방로로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짙푸른 동해바다를 끼고 해안절벽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괴석의 작품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환선굴 내부 또한 걸어다니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넓다. 동굴 곳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과 동굴 산호 등이 자라고 있다.
관동팔경 중 첫손에 “꼽히는 ‘죽서루’. 깎아지른 듯한 오십천의 층암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낭떠러지 밑으로 오십천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며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국내 개방 동굴 중 가장 큰 규모 ‘환선굴’

삼척은 동굴의 고장이다.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험준한 산악지대인 대이리에는 환선굴 외에도 대금굴, 관음굴, 사다리바위바람굴, 양터목세굴, 덕밭세굴, 큰재세굴 등 다수의 동굴이 모여 있다. 이 중 개방된 곳은 환선굴과 대금굴이다. 특히 환선굴은 국내 개방 동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환선굴은 삼척의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드넓은 동해를 등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오르자 대이리마을회관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덕항산의 여러 봉우리가 웅장하게 여행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덕항산의 옛 이름은 덕메기산. 가파른 산을 넘으면 화전을 일구기 좋은 땅이 있어 덕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척박한 산골에서 땅 한 자락이라도 찾아 삶의 터전을 꾸린 주민들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환선굴로 가는 모노레일


주차장에서 10여 분 오르면 환선굴로 가는 모노레일 정류장이다. 해발 500m에 자리한 이곳은 여행자를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안내하는 출발점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탐방로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입구로 향한다. 짧지만 설레는 7분의 여정 동안 덕항산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동굴 입구에 다다르면 그 거대한 규모가 눈앞에 펼쳐지며 여행자를 압도한다. 폭 16m, 높이 12m의 웅장한 입구는 마치 대자연이 건넨 초대장 같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 세계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내부는 폭 20~100m, 높이 20~30m에 이르는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허리를 굽힐 필요조차 없는 이 거대한 지하세계는 인간의 상상력을 한없이 작게 만들며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동굴 내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작은 연못을 만들고, 폭포가 쏟아지며 계곡이 흐른다. 계단과 출렁다리, 철재 교량을 건너며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자연이 만든 거대한 궁전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나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은 대자연이 선사한 시간을 초월한 작품이다. 미녀상과 만물상, 사자상, 꿈의 궁전 등 각기 다른 이름이 붙은 이 작품들은 자연의 창조력이자 신비로움이다.

옥좌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 휴석은 동굴 천장으로부터 물이 떠어지면서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진 모습이다. 물이 옆으로 흘러내리면서 계단식 논 모양으로 휴석이 자라고 있다.


◇드넓은 동해를 배경으로 기암괴석 사이를 걷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삼척의 새로운 명소 중 하나다. 국도 7호선을 따라가다 문암해변을 지나면 동해의 숨은 보석 ‘초곡마을’이 있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의 출발점인 궁촌해변과 어촌체험 마을로 유명한 장호항 사이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로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향이다.

초곡항에서 어판장을 지나면 바로 초곡용굴촛대바윗길의 시작점이다. 초곡용굴촛대바윗길은 총 660m 탐방로로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길에 발을 디디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제1전망대는 이 길의 윤곽과 동해의 푸른 물결을 한눈에 담기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드넓은 바다와 함께 초곡항의 청정한 풍광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초곡용굴촛대바윗길은 총 660m의 탐방로로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우뚝 솟아오른 촛대바위는 이 길의 상징이다.
출렁다리는 바다 위 움푹 파인 절벽을 가로지른다. 중앙 부분은 유리로 돼 있어 아래로 넘실거리는 파도를 내려다보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모퉁이를 돌면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뚝 솟아오른 촛대바위는 이 길의 상징이다. 그 옆에 자리한 거북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모습을 바꾼다. 용굴 쪽에서 바라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보여 ‘피라미드 바위’라 불리기도 한다. 길 끝의 절벽에는 사자의 윤곽을 닮은 바위가 있는데, 수컷 사자가 동해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장엄한 모습이다.

길의 종착점에는 초곡용굴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신비로운 장소. 가난한 어부가 죽은 구렁이를 발견하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자 구렁이가 용이 되어 승천했고, 그 후 어부는 그물 가득 고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작은 배는 용굴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한국전쟁 당시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배를 숨기고 피난처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관동팔경 중 첫손에 “꼽히는 ‘죽서루’. 깎아지른 듯한 오십천의 층암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낭떠러지 밑으로 오십천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며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겸재 정선도, 송강 정철도 반한 ‘죽서루’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의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한강으로 돌려 남산에 닿게 하고 싶구나… 뭐니 뭐니 해도 관동별곡의 백미는 죽서루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에서도 첫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조선 중기의 화가인 겸재 정선의 화폭은 물론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에 그 아름다움이 담겼다. 관동의 누각들이 주로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면, 죽서루는 깎아지른 듯한 오십천의 층암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낭떠러지 밑으로 오십천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며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죽서루의 창건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의 학자 이승휴가 고려 원종 7년에 이곳에 올라 시를 남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그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송강 정철은 그의 관동별곡에서 오십천에 비친 태백산맥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수려해 차라리 이를 한강으로 돌려 임금께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노래했다. 죽서루 내부에는 숙종, 정조, 율곡 이이를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이 남긴 200여 수의 시문이 전해져 이곳의 문학적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

가곡 유황온천·스파는 자연의 품에서 솟아나는 유황온천으로 몸과 마음을 녹이는 휴식처다. 가곡면의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 메인 풀장은 물론, 어린아이를 위한 키즈 스파, 동굴 스파, 쿨링 스파, 인피니티 풀, 자쿠지 풀 등 다채로운 테마로 구성돼 있다. 근처에 조성된 가곡 국민여가캠핑장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삼척 시티투어버스가 하루 두 차례 이곳을 운행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서도 온천과 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 푹 젖어들기에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관동팔경 중 첫손에 꼽히는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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