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주인이 “여긴 그런 곳이 아니다”며 거부하자 유씨는 화를 내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유씨는 훈방조치 됐다.
유씨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인근 주유소로 이동해 “차에 기름이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한 후 휘발유 10리터를 기름통에 담아 구입했다. 그는 여관으로 향하던 중 편의점에 들러 라이터를 샀다.
모두가 잠이 든 새벽 3시 8분. 유씨는 여관의 유일한 출구 인근인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붙였다. 이내 불길은 거세졌고 복도를 휘감았다. 불길은 이내 낡은 여관 건물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이었기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면 제대로 된 비상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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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방화 직후 스스로 112에 “여관에 불을 질렀다. 나를 잡아가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 도착 직후 여관 인근에서 앉아서 불길을 바라보고 있던 유씨를 체포했다.
서울여행 온 엄마·10대 두딸 참변
새벽 3시 무렵 모두가 일과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든 시간에 난 불로, 투숙객들은 제대로 대피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방마다 방범용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창문 탈출도 불가능했다.
결국 유씨 방화로 당일 현장에서 무려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끔찍한 결과가 벌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부상자 중 2명이 추가로 사망하며 사망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피해자들은 하루 2만원이라는 값싼 숙박료를 찾아 이곳에 투숙한 소시민들이었다. 엄마와 10대 딸들이 함께 처음으로 서울 여행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숨진 희생들의 경우 시신이 크게 훼손돼 신원확인에도 수일이 걸리기도 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성매매를 하고 싶은 생각에 여관에 무작정 찾아가 성매매알선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범행경위나 동기에 대해서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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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법정에서 방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만취 상태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범행 직후 자수를 한 만큼 형량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유씨 주장을 일축했다. 1심 재판부는 “신고를 한 것은 범행에 대한 죄책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것이 아니라 범행 후 흥분상태에서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한 자수인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성매매알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행의 동기가 관용을 베풀 수 없고 죄질도 무겁다”며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1심은 검찰이 요청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전체적인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수사에 협조하기도 했다”며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영원히 격리된 수감생활을 통해 죄를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씨는 2심 공판에서 “나 또한 아들 결혼식 날까지 받아놓은 아버지이고, 부모를 모시는 아들로서 말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말 잘못했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임을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든다. 범행 결과가 매우 중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파장 등을 내세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보인다”며 1심의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