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와 동시에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를 ‘약탈정권’으로 규정하며 반문재인의 색채를 드러냈다. 동시에 범야권의 통합을 주장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불쾌감을 표하며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현철씨의 안내를 받고 있다.(사진=윤석열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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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며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국민은 다 안다. 더 이상 이들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 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북한이 폭침한 천안함 생존 장병 등에 대한 홀대 논란과 한·일 갈등 사태 등을 지적하며 현 정부의 외교·안보 및 보훈 정책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연설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 자리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 등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 면에서는 생각을 같이한다”고 했다. 8월 말 시작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참여를 위한 입당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윤석열 X파일’과 관련해서는 “문건을 보지 못했지만, 선출직 공직자 후보는 무제한 검증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당한 근거나 팩트 없는 일방적 마타도어를 유포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께서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혹평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해 “그런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자기 부정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훌륭한 연설로 정권 교체 의지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거론하며 “언제든 환영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윤 전 총장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는 정진석·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국민소통수석으로서 정치인의 어떤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면서도 “윤 전 총장의 선언문을 보면 문재인 정부를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정치철학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며 “그것도 본인의 한정된 시각으로 본 편향된 비판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처음하는 출마 선언으로서는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