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국가로 1등을 하다
유례없는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이 이제는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머지않은 미래에 공동체의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정부 차원에서 저출산을 타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후 13년간 153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저출산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집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3년 전에는 2029년부터 시작 할 것으로 예측됐던 인구의 자연감소가 10년이나 앞당겨진 올해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2006년부터 임신·출산 사회책임 시스템 구축,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 일·가정 양립 지원, 다자녀 특별혜택 등 저 산 대책을 확대하며 떨어지는 출산율 그래프를 밀어 올리려 발버둥치지만 매년 발표되는 통계수치는 야속하기만 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보육 중심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저출산 정책의 방향은 옳았는지, 옳다면 왜 15년 동안 효과가 나지 않았던 것인지,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은 없는지, 지난 번 산아제한 정책은 어떻게 성공했는지 따져볼 때다.
아이 낳지 않는 이유? 잘못 짚었다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현금성 지원과 보육에 집중된 편의를 제공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출산율 2.0을 위한 기초 위에 세워진 서까래와 지붕이 될 수는 있어도 튼튼한 기둥과 대들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를 제한하기 위한 산아제한 정책은 약 30년(1962~1995년)에 걸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그 당시 정부도 세금 감면이나 의료혜택제공, 공공주택 할당 우선순위 제공 등과 다자녀 억제책 등을 시행했으나 그 효과는 부분적이며 미미했다. 이때 효과를 거둔 것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문구였다. 지난 산아제한 정책의 성공은 이 캐치프레이즈의 성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경제적 지원의 효과는 작고 단기적이었으며 가치관과 인식개선의 효과는 깊었다.
하드파워서 소프트파워로 정책 전환 필요
어쩌면 이토록 빠른 출산율의 하락은 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가치관의 붕괴’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족드라마조차 갈등과 음모, 배신, 불륜, 복수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이런 드라마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느낌을 받게 될까.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의 소중함, 행복함’을 드러내어 알릴 수 있는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쳐야한다.
돈을 쏟아 붓는 정책이 능사는 아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치’에 두고, 기타 정책을 보조적 수단으로 삼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즉 하드파워 중심에서 소프트파워로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이 가치관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처방도 가치관의 회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헬조선이 아닌 해피조선으로, 나 홀로 보다는 같이, 다같이, 우리가 더 좋다고 느낄 때 문제는 해결된다. 가정이 주는 행복과 아이가 주는 행복을 바로 알면 혼인과 출산율은 절로 높아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정=자녀=행복’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06년, 영국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했던 2300년이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란 섬뜩한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풍요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선 가치관이라는 기초와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가족적 가치의 급속한 붕괴를 겪으며 우리는 사회 국가적 대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가족이 주는 행복, 자녀가 주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