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머릿결에 비밀 있다…이상섭 '바람아 불어라'

2017년 작
나뭇가지 껍질 벗겨내 실크실 감아 조각
무한 반복·인내로 정화한 감정세계 도달
  • 등록 2017-11-29 오전 12:10:00

    수정 2017-11-29 오전 12:10:00

이상섭 ‘바람아 불어라’(사진=복합문화공간에무)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근사한 스카프를 두른 소년이 허공에 비눗방울을 만드는 중이다. 날리는 머릿결을 한껏 제치고 한 손을 펼친 모양이 바람을 맞는가 보다. 그런데 이 소년, 범상치 않다.

작가 이상섭은 나뭇가지(주로 회양목)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일일이 실크실을 돌돌 감아 두툼한 조각을 만든다. 노동도 이런 노동이 없다. 왜 굳이 수행같은 작업을 하나.

나뭇가지를 깎으면서 잡생각이 사라졌단다. 무수한 반복과 인내를 통해 정화한 감정세계에 도달했다고.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그곳에 이른다고. 사실 앞뒤가 바뀐 얘기가 아닌가. 마음이 복잡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인 거다.

‘바람아 불어라’(2017)에 이미 바람은 불었다. 맞바람 비눗방울이 되레 얼굴을 때릴 텐데. 괜한 걱정이 생긴다.

내달 7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복합문화공간에무서 이상윤과 여는 2인전 ‘락:락’에서 볼 수 있다. 수지·실크실·폴리에스테르에 아크릴. 25×45×55㎝. 작가 소장. 복합문화공간에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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