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곡 '중견기업 공동 R&D센터' 건립 결국 무산

산업부-중기청과 협의해 추진... 설계 단계서 무산
중견련 "20개사 입주희망" 홍보했지만, 결국 3개사 참여
허술한 기업 수요조사, 성급한 사업 추진 패착
  • 등록 2016-12-19 오전 5:00:00

    수정 2019-12-17 오전 10:55:37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견기업들의 연구개발(R&D) 인력 지원을 위해 서울 마곡지구에 구축될 예정이었던 ‘중견기업 공동 R&D센터’ 건립이 결국 무산됐다. 당초 사업 주체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홍보한 것과 달리 참여 기업들이 적었던데다 한 공간에 다양한 업종의 중견기업 R&D설비를 모아놓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탓이다.

20개 기업 입주 의향…실제 참여 의사 기업 3개뿐

18일 중소기업청과 중견련 등에 따르면 당초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마곡 중견기업 공동 R&D센터 건설사업은 올 하반기 설계 단계에서 전면 중단됐다. 마곡 중견기업 공동 R&D센터는 강호갑(사진) 중견련 회장이 지난해 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안해 추진된 사업으로 유능한 R&D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대지면적 9055㎡,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었던 R&D센터는 공사가 제때 진행됐다면 오는 2018년께 완공될 예정이었다.

사업 초기 중견련은 약 20개 중견기업들이 R&D센터에 입주 의향을 밝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 최종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3개사에 불과했다. 중견련과 참여 중견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기존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중견련이 사업 초기부터 기업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기청 관계자는 “부지와 건물까지 총 10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드는 R&D센터 건립 사업인 만큼 불과 3개사가 자금을 조달하기는 부담이 크지 않았겠느냐”며 “중견련이 적극 끌어가려고 했지만 실질적 부담이 커져버린만큼 중견기업들의 참여가 뒤따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덩치가 큰 중견기업들이 공동으로 R&D센터를 짓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현실적이지 못한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기업 R&D설비의 기능들이 광범위한데다 필요한 환경도 너무 상이해 이를 한 곳에 모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중견련도 기업들의 요구를 중간에서 조율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련 고위 관계자는 “건물 한 곳에 중견기업들의 R&D설비를 밀집시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중견기업 R&D 지원시설은 개별 건물로 여러 개 짓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좋은 사례 됐을 텐데…성급한 전개로 실패

이번 사업은 R&D센터 건물이 완공되면 중기청이 중견기업 R&D 지원 측면에서 일부 운영비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었던 사안이어서 업계의 아쉬움도 크다. 특히 민간기업들이 선(先)제안해 추진한 사업이 좋은 선례를 남겨야 향후 정부와의 협력과 지원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사업이 어그러지면서 중견기업계 일각에서는 서울시 인근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중견기업용 R&D센터 부지로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 R&D센터의 경우 장기적인 사업으로 끌고 가야 할 문제인데 지난해 강 회장의 제안이 윤 전 장관의 호응을 받자 기업 수요 조사부터 시작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마곡 R&D센터가 완공되면 마포에서 임대 생활 중인 중견련도 같이 이전할 수 있었던만큼 이런 부분도 급한 사업 추진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견련 관계자는 “이번에 중단된 공동 R&D센터 건설 사업은 향후 중견기업들의 현실적인 수요를 다시 반영해 중장기 과제로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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