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10층 경매법정은 쌀쌀해진 날씨에도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려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법정 안에 마련된 150여 개의 좌석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50여 명의 사람들은 경매장 뒤편에서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경매장을 찾은 입찰자들은 30대 사회 초년생부터 손녀를 데리고 온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 사람들의 관심을 끈 물건은 용산구 도원동에 있는 전용면적 114.99㎡짜리 아파트였다. 응찰에 나선 12명 가운데 김모씨가 호명되자 양손을 번쩍 들며 뛰어나갔다. 차순위 응찰자와의 가격 차는 불과 610만원. 김씨는 “꼭 낙찰받고 싶은 생각에 당초 예상했던 가격보다 조금 더 썼는데 차순위 응찰자와의 가격 차가 600만원 밖에 안돼 깜짝 놀랐다”며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요즘 분위기를 봤을 때 비싼 금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부지법에서 낙찰된 아파트 물건 4건(지분매각 1건 제외)은 모두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았다.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불붙은 아파트값 오름세가 서울·수도권으로 번지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집값이 뛰면서 이 참에 경매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을 노린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낙찰률(입찰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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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전월보다 2.7%포인트 오른 90.1%를 기록했다. 2001년 1월 경매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낙찰가율이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4.6%로 2007년 4월(97.7%)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서울지역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낙찰가율은 95.7%까지 높아진다. 아파트 낙찰률도 64.6%로 올 들어 최고치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10채 가운데 6채가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60%를 넘은 경우는 지지옥션이 경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단 8번에 불과하다.
낙찰률 상승은 경매 물건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 전체 경매 진행 건수는 9379건으로 월별 역대 최소치를 나타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경매를 진행한 전체 물건이 9만 61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 4853건)보다 25% 급감했다. 지난 7월(9381건)에 이어 두 달 만에 경매 진행 건수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올해 경매 총 건수가 13만건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낙찰가율 상승세 두고 의견 엇갈려…“대출 한도 꼼꼼히 살펴야”
아파트 경매 열기가 계속 이어질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저금리 기조로 채무자들의 연체가 줄어들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 자체가 적은 것이 높은 낙찰가율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매 개시 결정이 난 후에 실제 법정에 경매 물건으로 나오기까지는 7개월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낙찰가율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2~3년 내에 아파트 입주 단지가 쏟아지면서 집값이 관망세나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낙찰가율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만큼 본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꼼꼼히 확인한 뒤 입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