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10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상한액은 얼마이고(방통위는 보조금 범위만 25만 원~35만 원으로 정했다) 요금제 별로 어떤 수준이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유일한 법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시작해도 혼란이 불가피한데, 부처 간 이견으로 시간만 낭비한 탓이다.
고가 요금제는 여전히 보조금 혜택…저가 요금제와의 격차는 줄어
22일 언론에는 ‘2년 약정, 월 7만 원 요금제 이상에만 보조금을 100% 준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직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인데, ‘고가 요금제 이용자에만 보조금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국민에게서 욕을 먹고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단통법에서도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은 보조금을 더 받게 되니 맞는 말이고,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 월 3만 원 등 중·저가요금제와의 보조금 차이는 줄어드니 해석은 잘못됐다.
이를테면 현재 3만 원 요금제를 쓰고 싶어도 최신 사양의 고가 단말기를 싸게 사려면(최고 보조금을 받으려면) 7만 원 요금제를 4달간 가입하도록 강요받는데, 이 경우 고객은 매달 4만 원(7만 원-3만 원)씩 4달간 16만 원+알파를 추가로 내야 한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낮은 요금제라도 비례원칙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고 고가 요금제로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7만 원 요금제에 법정 최고 보조금 35만 원이 주어진다면 3만 원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15만 원을 줘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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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SK텔레콤은 10월 1일 단통법 시행 이후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대신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요금제로 고객 가치 증대에 나서겠다고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불법 보조금을 쏟아부어 남의 고객을 뺏아오는 손쉬운 경쟁에서 서비스 품질로 선택받겠다는 것인데, 분리공시 여부나 보조금 상한액 같은 단통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저렴한 신규 요금제가 나오지 않아 맥이 빠졌다.
KT나 LG유플러스도 단통법 시행 이후 요금 인하에 머뭇거리는것은 마찬가지다. 통신사는 통신 요금과 품질로, 제조사는 단말기 가격과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데, 규칙이 어찌될지 몰라 아무 결정도 못하는 것이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분리공시가 되지 않아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장려금이 어떻게 쓰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한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면 불나방처럼 갈 수밖에 없는데, 제조사가 장려금을 악용해 특정 통신사, 특정 단말에만 보조금을 쏟아 부으면 어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국내 고가 스마트폰의 가격 착시 현상이 지나친 보조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2013년 1월 3일 ‘창조경제와 ICT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당시 박근혜 당선인의 정보통신미디어(ICT) 공약을 설명하면서 “보급형으로 넥서스라는 단말기를 내놓아 외국에서는 진짜 잘 나가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 파는지 모르겠다”며 “스마트폰의 원가가 200불, 20만 원인데 권장 가격이 90만원 대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 장려금이 스마트폰 가격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였다. 보조금과 장려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분리공시되면) 단말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출고가 인하 유인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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