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확대, 머그샷 만으론 안돼…여성 대상 강력범죄 어떻게 막나

[여성 대상 강력범죄 점검]②
[스페셜리포트]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여성 대상 강력범죄, 증가세
세밀한 양태의 범죄통계 축적해 원인분석해야
  • 등록 2023-06-29 오전 5:25:38

    수정 2023-06-29 오전 5:25:38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최근 지속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사건이 보도돼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두려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막을 수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범죄, 통계도 없어

소위 ‘묻지마 범죄’에 관해선 현재 객관적 통계가 없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칭을 바꾸고 체계적인 사례분석과 대응책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엔 범죄통계고도화 작업을 완료해 ‘묻지마 범죄’ 및 친밀관계 등에 의해 사망한 피해자 수 집계가 가능해졌고, 내년부터는 개선된 범죄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증가했는지를 따질 구체적인 데이터가 확보돼 있지 않다.

강력범죄 피해자 추이 및 교제폭력 112신고 건수 현황(그래픽=문승용 기자)
대검찰청 범죄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은 전년보다 남녀별 피해자의 비중 중 남성피해자가 1% 증가했다. 남성피해자의 증가는 성폭력 범죄에서 이뤄졌다. 여성피해자는 3.8% 감소했지만, 성폭력을 제외한 강력범죄(흉악)에서 있어서 남성피해자보다 여성피해자의 비율은 2.5% 늘었다. 강력범죄(폭력)에 있어선 남성피해자는 2.2% 감소했지만, 여성피해자의 비율이 0.7%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현 시점을 판단할 수 있는 2022년 및 2023년 상반기까지의 자료는 아직 없지만, 여성 대상으로 한 2021년 강력범죄는 2020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료로는 경찰청 112신고 건수 관련 통계가 있다. 2023년 5월까지 교제폭력(성폭력을 제외한 남성피해자 대비한 비율) 신고건수는 3만 915건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폭행·상해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범죄가 가장 많은 비율(68%)을 차지했다. 특히 작년 5월까지를 보면 폭력·상해는 68% 폭증했다. 살인 및 살인미수는 7명에서 6명으로 소폭 감소했고, 여성 피해자의 비율(60%)이 남성(18%)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2020년~2023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증가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은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최근의 ‘묻지마 범죄’는 신체·물리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선택하고 있고, 교제범죄는 교제단절에 따른 보복적 심리 등을 들 수 있다.

범죄학적 관점에선 ‘일상활동이론’, ‘표적-선택이론’ 등이 있는데 일상활동이론은 동기화된 범죄자, 합당한 표적,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라는 3가지 조건이 있을 때 범죄가 발생한다고 본다. 표적-선택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는 이익을 추구하고 최소한의 위험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피해자를 선택한다.

가해자들은 화가 나거나 사회적으로 무시와 조롱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불만을 풀어낼 대상으로 자신보다 약한 상대, 즉 여성 피해자를 선택해 범행하게 되고, 때로는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과 살인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저항력이 약한 범행 대상으로서의 여성에게 범죄를 가한다는 얘기다.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A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험성 판단 체크·첨단시스템 보호장치 고도화돼야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인해 ‘흉악범 신상공개 확대법’이 발의됐다. 정유정 살인사건은 피의자 신상공개 때 현재 사진으로 공개하는 ‘머그샷’ 관련 법안 논의를 재촉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여성들이 더는 목숨을 잃지 않고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길이다.

최근의 ‘시흥동 살인사건’에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가 조사를 받은 후 불과 1시간 6분 만에 피해자는 보복살인을 당했는데, 조사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 등을 지급하겠다는 경찰의 제안을 거부하고 처벌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가해자 위험성 평가는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점수가 ‘낮음’으로 나왔다고 한다.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피해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질문하고 답하면서 반성하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

먼저 가해자 경찰 조사 시 피해자에게 가해자소환 및 조사, 종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돌발 행동을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불처벌의사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이번에 스토킹 범죄에 ‘반의사불벌죄’를 없애도록 법이 손질된 건 고무적이다. 교제폭력 역시 ‘반의사불벌죄’를 없애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그 뜻을 거슬러 공권력을 동원하긴 어려운 게 현실인 까닭이다.

또 범죄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가 효과가 있는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전 가해자의 행위 및 폭력성향, 피해자의 위험회피 능력 및 상황 등 종합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첨단시스템을 피해자 보호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전혀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엔 여지없이 범행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해를 막기 위한 원인분석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통계보다 더 세밀한 양태의 범죄통계가 축적돼야 할 필요도 있다.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했는지 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번엔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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