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범죄, 통계도 없어
소위 ‘묻지마 범죄’에 관해선 현재 객관적 통계가 없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칭을 바꾸고 체계적인 사례분석과 대응책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엔 범죄통계고도화 작업을 완료해 ‘묻지마 범죄’ 및 친밀관계 등에 의해 사망한 피해자 수 집계가 가능해졌고, 내년부터는 개선된 범죄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증가했는지를 따질 구체적인 데이터가 확보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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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료로는 경찰청 112신고 건수 관련 통계가 있다. 2023년 5월까지 교제폭력(성폭력을 제외한 남성피해자 대비한 비율) 신고건수는 3만 915건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폭행·상해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범죄가 가장 많은 비율(68%)을 차지했다. 특히 작년 5월까지를 보면 폭력·상해는 68% 폭증했다. 살인 및 살인미수는 7명에서 6명으로 소폭 감소했고, 여성 피해자의 비율(60%)이 남성(18%)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2020년~2023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증가하고 있다.
범죄학적 관점에선 ‘일상활동이론’, ‘표적-선택이론’ 등이 있는데 일상활동이론은 동기화된 범죄자, 합당한 표적,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라는 3가지 조건이 있을 때 범죄가 발생한다고 본다. 표적-선택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는 이익을 추구하고 최소한의 위험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피해자를 선택한다.
가해자들은 화가 나거나 사회적으로 무시와 조롱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불만을 풀어낼 대상으로 자신보다 약한 상대, 즉 여성 피해자를 선택해 범행하게 되고, 때로는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과 살인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저항력이 약한 범행 대상으로서의 여성에게 범죄를 가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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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인해 ‘흉악범 신상공개 확대법’이 발의됐다. 정유정 살인사건은 피의자 신상공개 때 현재 사진으로 공개하는 ‘머그샷’ 관련 법안 논의를 재촉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여성들이 더는 목숨을 잃지 않고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길이다.
먼저 가해자 경찰 조사 시 피해자에게 가해자소환 및 조사, 종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돌발 행동을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불처벌의사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이번에 스토킹 범죄에 ‘반의사불벌죄’를 없애도록 법이 손질된 건 고무적이다. 교제폭력 역시 ‘반의사불벌죄’를 없애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그 뜻을 거슬러 공권력을 동원하긴 어려운 게 현실인 까닭이다.
또 범죄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가 효과가 있는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전 가해자의 행위 및 폭력성향, 피해자의 위험회피 능력 및 상황 등 종합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첨단시스템을 피해자 보호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전혀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엔 여지없이 범행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해를 막기 위한 원인분석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통계보다 더 세밀한 양태의 범죄통계가 축적돼야 할 필요도 있다.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했는지 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번엔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