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1’(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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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단한 장면이 아닌가. 마천루가 즐비하게 솟은 대도시 한복판, 노을이 깔린 장엄한 전경을 고적한 눈매로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있다. 마치 자신의 세상을 더듬는 듯한 그 누군가는 표범이다. 때를 기다리는 건가, 때를 걱정하는 건가. 투박하리만치 견고함을 입은 표범은 그만큼이나 단단한 저 도시의 일원처럼도 보인다.
‘회화가 도대체 뭔가’에 대한 대답을 목탄·파스텔·쇳조각·인조털 등 다채로운 재료로 찾아갔던 작가 김남표(51)가 카리스마 넘치는 유화로 돌아왔다. 숨이 탁 막히는, 진한 마티에르는 작가의 무기. 그 무기로 그간 바다면 바다, 들판이면 들판의 “소름 돋고” “닭살 돋는” 연작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을 빼내왔더랬다. 나이프로 물감을 덕지덕지 얹혀낸 뒤 붓 대신 면봉으로, 그 위에 엉킨 가느다란 실을 토해내듯 섬세한 감각을 뽑아내는 거다. 그렇게 완성한 장면은 시각보단 촉각을 위한 것이 됐다.
그러던 작가가 “이제 성(castle)을 떠나려 한다”고 선언을 한다. “성과나 보상처럼 쌓은 인간의 ‘성’이 크고 빛날수록 그림자가 드리운 비애 또한 선명하다”는 것을 보일 작정인가 보다. ‘순간적 풍경-캐슬 #1’(2021)이 그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건가. 누가 봐도 초현실적 풍경인데, 누구라도 현실의 일부로 보고 싶은 건 정교한 묘사에 묻힌 진정성 덕일 거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캐슬’(Castl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3×162.2㎝.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 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2’(Instant Landscape-Castle2·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93.9㎝(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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