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기업 Vs 독과점 폐해..항공·조선사 M&A 공정위 '딜레마'

[임기 말 文정부, 이건 꼭 챙겨라]③-3 공정경제
대한항공-아시아나·현대重-대우조선 결합심사 관심
'기간산업 보호' 정부 주도 M&A에 공정위 판단 앞둬
  • 등록 2021-03-04 오전 12:00:00

    수정 2021-03-04 오전 12:00:00

(그래픽= 문승용 기자)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김상윤 기자]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주어진 과제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조선업계의 기업결합(M&A) 승인이 꼽힌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챔피언’ 기업 육성과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 차단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에 대한 재계와 공정위 시각차는 분명하다. 재계는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항공과 조선 분야 주요기업인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을 1위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해외 매각을 막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업계 내 주요기업 간 결합으로 발생가능한 독과점을 예방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해외매각 우려를 가진 정책당국의 입김이 개입됐다.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1·2위 항공사 합병을 통해 기간산업 보호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도 두 기업 간 합병을 통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한국과 함께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8개 해외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신고서를 일괄 제출했다. 터키 경쟁당국이 지난달 4일 결합심사 승인을 내렸고 다른 국가들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은 국외 노선의 경쟁제한성 등을 일일이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독과점 가능성이 높은 노선에 대해선 매각명령 등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1·3위 업체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문제는 더 복잡하다. 2019년 1월 31일 인수 발표 이후 2년 넘게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한국 조선사 생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6개 경쟁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 5개국 경쟁당국 중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 경쟁당국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조선해운시장의 변화로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국가 산업정책을 고려해 EU 경쟁당국보다 결론을 빨리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인수·합병이 정부 주도로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과 생존을 위해 추진된 만큼 공정위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공정거래법에선 경쟁제한 및 소비자후생뿐 아니라 산업정책적 효과, 국민경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라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며 “산업정책적 고려를 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M&A 규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자동차시장을 독과점 구조로 변모하게 한 1999년 현대차-기아차 기업결합 승인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 자칫 외부 입김에 휘둘려 산업경쟁력을 과도하게 판단할 경우 소비자후생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주로 보는 기관”이라며 “정치적 압력 등으로 후퇴하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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