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며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대통령이 된 그가 내놓은 정책 청사진도 지난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요술 방망이를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공약 이행비용 5년간 178兆…증세 비중 대폭 줄여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대선 때 제시했던 것과 달라졌다.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개혁(세출 절감)을 통해 마련할 금액이 애초 112조원에서 95조 4000억원으로 16조 6000억원 줄었다. 반면 세법 개정 등 세입 개혁으로 조달하겠다는 돈이 66조원에서 82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쓰는 돈을 아껴 전체 공약 재원의 53.6%를 마련하고, 나머지 46.4%는 세금 등 들어오는 수입을 늘려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비과세·감면 정비 등 사실상 증세(增稅)를 통한 재원 마련액을 31조 5000억원에서 11조 4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공약집에 없던 초과 세수 60조 5000억원을 재원에 끼워 넣었다는 점이다.
文정부 증세 규모, 朴정부 절반 수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초과 세수는 제도 개혁이 아니라 경기 효과에 의한 것으로,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재정이 현재 적자 구조인 데다 조세 부담률은 낮고 지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정책 개혁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이 없다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초과 세수는 말 그대로 ‘국세 수입 예상 증가분’이다. 향후 경기 여건에 따라 실제 정부 곳간에 들어오는 세금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약속했던 복지 확대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 17만명 인건비 절반으로↓…비용 과소추계 지적도
이번 재원 대책이 공약 후퇴라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공약집을 통해 “공약 이행으로 추가되는 소요 재원은 별도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겠다”면서 “세입 기반 확대에 따라 추가로 발생할 세 수입 자연 증가분(연 10조원 내외 전망)을 공약 이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나, 공약 이행 재원으로는 미포함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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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문 대통령 핵심 대선 공약인 공공 일자리 81만 개 중 소방관·경찰관 등 안전·복지 담당 공무원 17만 4000명 추가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5년간 8조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7급 7호봉을 기준으로 계산한 필요 예산 16조 7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의뢰를 받아 추정한 5년간 소요액(28조 5499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 지출 소요액은 12개 분야로 구분돼 26개 분야 지출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보다 구체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이번 5개년 계획이 완성판은 아니다. 올해 정부 내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이 기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구하며 증세 논의를 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해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증세를 한다고 하면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증세 계획이 없는) 현 상태를 가정한 이번 5개년 계획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틀림없고, 사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