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정부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근혜’ 두 보수정권에서 ‘팽’ 당했던 이른바 ‘외인구단’의 전면등장이 가장 눈에 띈다. 계승을 공식화한 ‘노무현정부’ 사람들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여성인재’의 등용은 양념이다. ‘측근’과 ‘계파’ 중심의 인사를 지양하면서 두 보수정부가 겪었던 ‘인사참사’를 피해 갔고, 이는 곧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끈다. 다만, 일부 인사의 인사 난맥상은 남아 있는 11개 부처의 장관 인선 과정을 ‘정쟁의 장’으로 만들 것이 뻔한 데다, 자칫 한두 명이라도 낙마자가 나올 경우 그 후폭풍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는 점에서 만만찮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후보시절 때부터 ‘개혁 1순위’로 지목한 검찰과 청와대 민정라인 인선은 말 그대로 ‘파격’이다. 비(非) 검사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과 민정수석실 산하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그리고 최고 권력자를 향한 수사로 좌천됐던 전 부장검사 출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주로 ‘쟁쟁한’ 공안검사 출신들이 잇따라 포진해왔던 과거 민정수석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좌고우면’ 없이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좌천된 윤석열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전 이영렬 지검장보다 기수가 한참 낮은 윤 지검장 임명은 서열 파괴뿐 아니라 소위 ‘정치검사’들에 대한 모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비치기 충분했다.
줄줄이 깨진 유리천장
외교家의 연정라인
약진하는 행시 31회
관료사회에선 1987년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들의 약진을 눈여겨본다.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시작으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심보균 행정자치부 차관이 ‘주요 차관직’을 독식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에 박춘섭 예산실장이, 차관급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인호 통상차관보가, 산업부 차관에 김학도 에너지자원실장과 박원주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이 각각 물망에 오른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신영선 부위원장의 유임이 유력해지면서 행시 31회들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그간 치열한 경쟁이 이들 행시 31회의 능력을 배가시켰다”며 “동기들끼리 핵심 차관에 오르면서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올스톱된 ‘조각’..후폭풍은?
문제는 일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의 논란에 휘말렸고, 이는 곧 문 대통령의 ‘5대 비리 관련자 배제’ 원칙과 맞물리면서 파문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17개 부처 중 11곳의 장관 인선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정 공백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이어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품행문제로 낙마한 데 따른 강화된 인사검증은 청와대의 보폭을 줄인 요인이다. 여권 내부에선 늦어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달 말까지 조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장관 후보자 중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가 나오거나,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메가톤급 의혹으로 누구 하나 낙마라도 하게 될 경우 순탄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