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처란 입력받은 다양한 방송신호를 각 채널에 송출하는 메인 방송장비다. MBC는 케이투이(K2E)라는 국내 업체와 함께 ‘초고화질(UHD) 마스터 스위처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문제가 없지만, KBS와 SBS는 이케가미라는 일본 회사 제품을 들여오려 했지만 성능이 구현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에 불과한 국내 UHD TV 보급률과 5.3%에 그친 지상파 직수신 가구 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상파방송사가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이란 타이틀에 올인한 나머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밀어부친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평가된다.
국내 지상파 UHD 방송표준이 북미식(ATSC 3.0)으로 결정됐으나 미국의 경우 방송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북미식에 맞춘 송신 장비가 해외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소니나 이케가미 같은 외산 장비를 넘어서는 국내 회사의 UHD 생방송 지원 기술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해 온 방송계의 고압적인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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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희 K2E 사장은 “국내 순수 기술을 바탕으로 싱글 케이블로 UHD 신호를 송출하는 스위처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며 “MBC와 UHD방송장비 관련 상생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에 전념한 것도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MBC와 달리 외산 제품 도입을 추진했던 KBS와 SBS는 에러를 수정하지 못해 2월 본방송을 앞두고 애를 먹고 있다.
양유석 중앙대 교수는 “방송사 스튜디오에는 보통 카메라가 5대, 8대 있는데 12기가 한 화면의 싱글 링크 모드로 보내면 카메라 뒷줄이 하나로도 가능해 훨씬 편리하고 안정적”이라면서 “우리나라가 CDMA를 기점으로 전자산업이 발전했듯 UHD를 계기로 국내 방송장비를 키울 수 있는데 방송사들은 아직도 외산 장비만 선호한다. 정부 역시 (세계최초에만 관심을 둘 뿐) UHD 방송 생태계 육성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상파, 장비 연동 문제 있다…방통위, 지상파 UHD 연기 고민 중
그러나 지상파방송사들은 세계최초 지상파 UHD 개시를 명분으로 정부에 국가 자산인 700MHz 주파수 조기 배분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후 북미식 표준으로 UHD 시범방송을 해 왔다는 점 등을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비판도 나온다.
방송계 관계자는 “작년 UHD 방송허가를 받을 때 테스트베드를 돌렸을텐 데 이제와 장비 연동 등의 문제로 본방송을 지연시켜 달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고낙준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지상파의 연기 공문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면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나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전문가 의견도 들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간한 ‘국내 UHD 서비스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동계 올림픽에 맞춘 지상파 UHD 상용화 추진이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UHD 송신 기술도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UHD 콘텐츠 제작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조기 지상파 UHD 도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