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순이익이 300억원을 간신히 넘기는 회사가 우주산업에 650억원을 투자하는 건 초대형 악재 아닌가요?”
보령이 미국 우주 스타트업 기업에 5000만달러(약 649억원) 투자 결정을 내린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원성이 거세다. 보령은 “우주 인프라 기반 사업 생태계를 확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호재가 아닌 악재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무리한 투자라고 지적하며 기업분석 중단을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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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주가가 휘청거린 이유는 대규모 우주산업 투자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령은 지난 21일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 기업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의 시리즈C 투자에 참여해 주식 29만5980주를 649억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 투자로 보령은 기존 투자금 1000만달러에 더해 총 6000만달러를 투입해 엑시엄 지분 2.68%를 확보했다. 보령은 투자목적에 대해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선도기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우주공간에서의 선제적 사업화 기반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악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재무상황 대비 무리한 투자라고 보고 있어서다. 보령에 따르면 이번 투자금은 자기자본대비 13.58%, 최근 자산총액 대비 7.83% 규모다.
본업과 무관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제약사업이 순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불확실성이 큰 우주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건 되려 회사의 리스크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너가(家) 3세인 김정균 보령 이사회 의장의 투자 성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기업가치가 주가에 녹아 있는 상황에서 우주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다 보니 시장에선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주사업 기대감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