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미 "심상정, 정의당 최대치 아니다…당원들 변화 바란다"

정의당 대선주자 이정미 전 대표 인터뷰
"이겨 본 경험있는 '경력직 신입사원', 심상정 독주체제는 가능성 못 보여줘"
"페미니스트 대통령 자처한 文, 많은 여성 배신감"
"돌봄은 시대정신, 서로를 돌보는 사회돼야"
  • 등록 2021-09-10 오전 6:00:00

    수정 2021-09-10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심상정이 우리 정의당의 최대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정의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의 깃발을 들고 나선 이정미 전 대표는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약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독주체제가 오히려 정의당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의당 대선주자 이정미 전 대표가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정의당 인천시당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정미 캠프)


그는 자신을 ‘경력직 신입사원’으로 표현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정의당을 이끌면서 당의 성장기를 이끌었다”며 “대선판에서는 이정미가 신입사원이지만, 이겨본 경력이 있는 경력직 신입사원이고, 당원들도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을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에 대해 “많은 여성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태에서 문 대통령은 결국 피해자의 고통에 서 있지 않고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에게 더 많은 위로를 줬다”며 “문 대통령이 차별 없는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약속처럼 사회적 공기를 바꿔 놓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진정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일부 불편한 시각에 대해 “그래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과거 노동 존중이라는 말을 했을 때 정의당에게 ‘빨갱이 정당’이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또 성평등을 이야기하면 ‘페미 정당’이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며 “절대 다수인 노동자와 절반인 여성,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은 ‘돌봄정책’이다. 성장 정책 일변도의 20세기에서 벗어나 시민 간의 상호 의존성을 회복하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지방분권이 이뤄지고, 돌봄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 전 대표가 그린 청사진이다.

여야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등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이 지사는 비주류로서 새로운 시대정신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민주당 기득권 목소리에 힘을 싣는 인물이 됐다”며 “사이다였던 이 지사가 탄산이 빠진 설탕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 전 총장은 현재 불거진 의혹에 대해 문제를 푸는 게 우선순위이고, 홍 의원은 과거 회귀의 상징”이라며 “지금 막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층에게는 홍준표라는 캐릭터가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치는 캐릭터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대선주자 이정미 전 대표가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정의당 인천시당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정미 캠프)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정의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어떤 확신이 있었나.

△확신이라기보다는 절박함이었다. 대한민국도, 정의당도 위기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에 많은 고민을 했다. 정의당이 지난 과정에 대한 성찰 위에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정미여야 한다고 생각했따.

-위기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극심한 불평등이다. 젠더갈등과 세대갈등이 거의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유럽의 극우정당이 탄생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기후위기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년밖에 없는데, 문재인 정부는 4년을 아무런 대책없이 흘려보냈다.

-당내 가장 유력 후보인 심상정 의원과 비교할 때 자신의 강점은?

△정의당이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독주 체제, 어떻게 보면 심상정이라는 인물이 정의당의 최대치로 보여질 수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결국 정의당이 더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나는 2017년부터 2년간 당대표로 정의당을 이끌면서 성장기를 만들었고, 당 내 패배감을 일소했다. 지방선거 승리 등을 볼 때 대선판에서는 신입사원이지만, 이겨 본 경력이 있는 경력직 신입사원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자신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후 문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약속한 만큼 사회적 공기를 바꿔놓으셨는지 반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태 때 피해자의 고통에 서 있지 않고 자신과 가까웠고 인연이 있었던 사람에게 더 많은 위로를 줬다. 여성들이 느꼈을 배신감을 생각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용어에 대한 반감도 있다.

△과거 ‘노동자들도 권리가 있는 존재’라고 했을 때 정의당에게 ‘빨갱이 정당’이라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성평등을 이야기 하니 ‘페미 정당’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젠더갈등이 없거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 절반인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을 정면에서 말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표 공약이 돌봄정책이다. 어떤 의미인가.

△돌봄이라고 하면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만을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간 상호의존성의 회복,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온 인류가 20세기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지만, 승자 외에는 모두 패배자가 되는 사회가 됐다. 이젠 이런 사회를 극복해야 한다. 돌봄은 시대정신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지방분권이 이뤄지고, 돌봄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각 지역 공동체에서 관계회복이나 기후위기 등 돌봄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노동을 했을 때 이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참여 소득’을 주자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신혼부부나 청년 1인 가구가 밀집된 곳이라거나 농촌 도시 등 지역마다 돌봄에 대한 필요가 다르기 때문에 철저한 지방분권 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짠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공직자의 36%가 다주택자라고 하는데, 그러니 정책을 추진하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거다. 다음 정부는 청와대와 행정기관 고위공직자 모두 1주택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여당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평가하자면?

△사이다인줄 알았는데, 탄산이 다 빠져 설탕물이 됐다. 이 지사가 비주류로서 한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대선주자에 안주하는 것인지 혹은 친문 세력에게 포획된 것인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기후위기나 언론중재법 등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미 민주당 기득권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는 것 같다.

-야당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어떤가.

△윤 총장은 검찰청 밖으로 나와 사회생활을 더 하고 대선에 나오시는 게 좋겠다 생각한다. 현재 불거진 의혹에 대한 문제를 푸는 것이 우선이다. 홍 의원은 과거 회귀의 상징이다. 홍 의원이 역전을 해서 대선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최근 홍 의원에 대한 청년층 지지가 상당하다.

△지금 막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층에게는 홍 의원의 캘기터가 흥미롭게 느껴질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캐릭터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과 비전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잘 봐야한다. 홍 의원이 청년의 삶에 얼마나 천착하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봐야한다. 캐릭터는 금방 지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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