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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재건축 부담금을 피해 겨우 한고비 넘겼다고 한숨 돌렸는데 갑작스럽게 사립유치원 폐원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사업 연기에 따른 손실은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서울 서초구 A재건축사업장 조합원)
이주를 앞둔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단지 내 유치원 폐원과 일부 부지 소유권 다툼 소송 등 예상치 못한 복병에 발목이 잡혀 정비사업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재건축 규제를 뚫고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재건축 이주시기가 미뤄지면 이후 단계인 조합원 이주→ 철거→ 분양 및 착공 등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조합 운영비나 추가적인 금융 이자비용 발생이 불가피한데다 이주 대란이 벌어질 수 있어 불만을 제기하는 조합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치원법 개정안에 발목 잡힌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 등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장은 당초 올 7월 이주를 계획했으나 내년 3월 이후로 이주 시기가 미뤄졌다. 신반포 8·9·10·11·17차, 녹원, 베니하우스를 포함한 7개 단지(2898가구)로 구성된 신반포 4지구는 지난해 12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다. 이 단지는 2017년 12월 막판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통과하는데 성공,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 적용을 겨우 피했다. 다만 서울시가 ‘이주 시기 조정권’(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 조정 권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인가 시기가 지난해 3월에서 같은 해 12월로 미뤄졌다. 이로 인해 이주시기가 올 초에서 7월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다음 달 시행할 예정이다. 이후 신반포4지구와 같이 단지 내 사립유치원을 둔 재건축 아파트는 2월 전까지는 철거가 불가능해졌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최소 재건축 이주 기간이 4~5월은 걸리기 때문에 내년 2월 유치원 폐원 시기를 맞추려면 10월 이후로 조합원들의 이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교육부와 사립유치원 간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됐다”고 푸념했다.
이주시기 조정에 따른 조합원 간 내분도 커질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7월 이주 시기에 맞춰 이사할 집을 구했는데 시기도 늦어지는데다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며 “단지 내에는 유치원 학부모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폐원 동의에 반대하면 누군지 결국 알게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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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단지 내 일부 땅에 대한 소유권 이전 소송에 휘말렸다. 단지 한복판에 대지면적 2만687㎡의 땅(2017년 감정가 7800억원)을 두고 조합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송 전을 벌이고 있어 사업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LH가 본인 땅이라고 주장하는 부지를 이미 주민들이 수십년 간 점유한데다 과거에 조합 소유라는 확인(증명)서를 받은 것이 있다”며 “LH와의 소송전과 별개로 내년 10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H관계자는 “이달 초에 조합 측이 소유권 이전 관련 소를 제기했는데 조만간 응소할 예정”이라며 “법적 처분을 따르겠다”고 일축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지난해 9월 이주를 할 예정이었만 일부 아파트 세대와 상가 주민이 퇴거에 불응하면서 사업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서초구 방배13구역 재건축 사업장도 일부 조합원이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이주를 코 앞에 두고 사업이 멈춰선 상황이다.
이주 시기 조정이 전세 보증금 미상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구 D공인 관계자는 “기존 전세계약이 만료된 집주인들은 전셋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짧은 거주기간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실상 서울은 정비사업 외에는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며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 피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