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행해질 수 있는 성폭력 범죄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소위 몰카 범죄, 리벤지 포르노 범죄라 불리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즉 디지털 성폭력 범죄다. 형법의 특별법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명백히 성폭력 범죄의 유형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즉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위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 등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영리를 목적으로 위 촬영물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들이 죄의식이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이며, 여타 성폭력 범죄와 비교하면 중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실제 처벌되는 경우에도 형량이 그리 센 편은 아니다. 최근에도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화가 나 사귈 당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한 범행을 저지른 대학생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음에도 집행유예에 그쳐 여론의 비판 목소리가 상당히 컸다.
고전적인 성폭력 범죄와 비교하면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따른 피해자의 고통은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불법촬영물이 사이버공간에 퍼진 경우에는 완전한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의 촬영물을 봤을까봐 두려워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청이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본청 사이버안전국에 설치하고 11월20일까지 100일간 사이버성폭력 사범을 특별 단속한다고 나선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더 나아가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안들도 입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된 경우, 사진을 합성하거나 재편집해 음란물로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도 성폭력에 준하여 처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웹하드 등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조하거나 공모해 불법수익을 얻을 경우 공범으로 형사 처벌하고 불법수익을 환수조치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으로 범해지는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결코 못지않다. 시간이 지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도 불법 촬영물을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자. 이 또한 인격살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