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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을 찾은 김 부총리는 박 회장을 만나 이번주부터 기업인들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상관없이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약 20일 만에 다시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은 전날인 지난 7일 오후 기재부 측의 갑작스런 요구로 마련됐다. 그만큼 숨가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 中출장 전 기업인 만나나
이날 김 부총리는 “지난 7월 하순 대통령과 기업인이 만난 후속 조치로 기업인과의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면서 “앞으로 만나려는 기업은 혁신기업과 혁신 중소기업, 창업기업, 기존의 제조·서비스하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기업 방문 일정은 박 회장이 조율한 뒤, 김 부총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첫 회동기업으로 LG(003550)를 선택하고, 오는 14일 LG트윈타워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부총리가 오는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출장길에 동행하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앞두고 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을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총리가 모처럼 기업인들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내는 것은 내년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취업자수 증가 폭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용 사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만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박용만, 정부에 입법공조 요청할 듯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재계 대표’를 자처한 박 회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을 달가워 하지 않는 기업들을 달래서 김 부총리와의 미팅 자리에 내보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김 부총리에게 국회 계류중인 노동현안 관련 입법 과제들의 정부 공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유예 기간없이 즉각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이 시행될 수 있어 경제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 특히 자금, 인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이 받게 될 타격이 클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박 회장은 지난 7일에는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국회가 연내에 꼭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면서 “국회가 평행선을 달리고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 또한 무거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입법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의 절박한 호소에도 국회가 꿈적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재계는 김 부총리를 움직여 국회를 설득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23일까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 회장이 김 부총리와 손잡고 정부 숙원인 일자리 창출을 풀어낼 단초를 제공하는 한편, 노동현안 입법 과제 처리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을 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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