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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 명당 5만원?” “다른 곳에선 7만원 준다더라. 이번 팀은 제법 씀씀이가 큰 팀이다.”
사람을 사고 팔았다. 봉건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근래 빈번히 일어난 일이다. 기업과 기업 간에 거래다. 거래 대상인 ‘당사자’는 자신의 거래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한국행 단체관광상품을 구입한 중국인 관광객 이야기다. 중국 여행업체가 중국인 관광객을 모아주면 한국 여행사는 이른바 ‘인두세’를 지급했다. 한명당 적게는 300~400위안(한화 5만 3000원~7만 1000원)에서 많게는 700~800위안(12만 5000원~14만 2000원)까지 였다.
동남아를 포함해 해외 국가에서 한국 여행은 ‘저가’로 낙인 찍혀 있다. 태국 현지 신문에 등장하는 주요 한국 관광상품은 3박 4일 일정의 단체관광상품이 30만~5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사가 면세점이나 쇼핑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우리 면세점 업계의 현실”이라며 “면세점에서는 여행사가 관광객을 데려오면 매장에서 지출한 금액의 통상 7 ~8%를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지만 여행객모집 규모가 큰 여행사들은 이보다 더 많은 리베이트를 빈번하게 요구한다”고 하소연했다. 구정환 일반여행업협회 과장은 “저가관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자격 여행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캐나다 등과 같이 관광업무를 전담하는 관광청 신설 등 조직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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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명. 이 가운데 단체관광객 비중이 40%만 잡아도 약 322만명이다. 이런 모객력을 바탕으로 중국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사에게 ‘가격 덤핑’을 요구한다. 4박 5일짜리 한국단체 관광상품을 최저가인 1500만 위안에 팔았다고 치자. 여기에는 항공료는 물론 숙박, 식비, 입장료 등 지상비도 포함이다. 중국 여행사는 왕복 항공료를 내고 남은 돈 전부를 챙긴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인두세까지 요구한다. 한국 여행사 입장에서는 5일간의 지상비(호텔·숙박·교통·입장료)와 인두세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단 중국 여행사들은 기본적으로 합당한 여행경비를 지불할 의향이 아예 없다”고 하소연했다.
저가 전담여행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직접적인 업계단속은 빠져 있어 효력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는 “불법 영업이나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쇼핑업체나 면세점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이나 제제가 없어 저가 덤핑관광을 뿌리 뽑는데 한계가 있다”며 “저가 관광의 주요 원인인 전담여행사의 명의 대여행위와 무자격 관광통역 안내사를 단속한다고 해서 저가 덤핑관광을 뿌리 뽑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불법 영업이나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쇼핑업체나 면세점, 식당 등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도 강화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 정부가 덤핑관광에 기대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양적 성장’을 일정 수준 내려놓지 않는 한 관광시장을 질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