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인공지능]'진단하고 수술까지'…로봇수술 9년새 17건→8840건

IBM, 슈퍼컴퓨터 왓슨 개발해 2011년부터 암 환자 진단
국내 2005년 수술로봇 등장… 2014년 수술 8840건 진행
빅데이터 활용 정확한 진단·합병증 없는 정밀수술 가능
“환자와의 상호 소통 등 한계… 의사 영역 대체는 불가능”
  • 등록 2016-03-16 오전 6:00:00

    수정 2016-03-16 오전 8:23:3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알파고와 이세돌간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인공지능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로 하는 등 각계에서 인공지능 연구와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탑재된 슈퍼컴퓨터가 인간의 질병을 진단, 치료, 임상시험 등에 나서며 맞춤형 주치의 역할을 하는 등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병원 수술장에서도 인간은 습득이 불가능한 대량의 수술 정보를 학습한 수술로봇이 인간의 신체를 보면서 로봇 팔로 직접 외과수술을 하는 등 인공지능과 로봇이 의료분야를 빠르게 잠식 중이다. 미래에 사라질 대표적 직업으로 의사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수술 9년새 17건에서 8840건으로 폭증

미국 정보기술(IT)업체 IBM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해 지난 2011년부터 뉴욕의 메모리얼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폐암환자를 진단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후 MD앤더슨 암병원,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세계 유수한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고 질병 진단과 치료, 임상시험 등 다양한 의료분야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왓슨은 미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미국의사국가고시(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도 준비 중에 있다.

슈퍼컴퓨터 왓슨이 의료계에서 널리 쓰이는 이유는 60만 건의 의학사례와 200만 페이지의 의학저널이 내부에 저장돼 있어서다. 그만큼 환자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가 높다. 의료계 관계자는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한 명의 의사는 왓슨이 보유하고 있는 분량의 지식을 머리에 담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복강경 수술 등을 담당하는 수술로봇이 등장했다. 과거 의사가 직접 환자 신체 중 수술부위를 칼로 개복해 수술하는 것과는 달리 몇개의 구멍을 뚫어 로봇이 직접 수술도구를 집어넣고 수술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7건에 그쳤던 국내 로봇수술은 후 2014년에는 8840건으로 급증했다. 수술용 로봇 보유 대수도 2005년 17대에서 지난해 55대로 늘어났고 로봇수술을 도입한 병원 수는 44곳이다.

로봇을 이용해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로봇수술은 사람 손으로 구현하기 힘든 정교한 수술로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발생하는 손상을 막을 수 있어 급증하고 있다.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 24시간 진찰 가능

또한 환자의 유전자 검사, 운동량, 수면패턴 등을 정보를 매일 분석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맞춤형 주치의 역할도 가능하다. 사람과 달리 24시간 무한대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존 경험중심 의학은 도태되고 미래에는 컴퓨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통해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근거중심 의학이 의료분야에서 영역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의사와 환자가 상호 소통하고, 심리적인 불안정을 해소하는 부분은 로봇의사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은 “앞으로 바이러스 백신·치료법 등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의사의 활약이 커질 수 있지만 의사와는 달리 로봇의사는 헌신, 리더십, 창의, 소통 등 의사가 갖춰야할 덕목을 갖기 어렵다”며 “적어도 이번 세기 안에서는 로봇이 의사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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