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헬로비전 인수 국회서 'SKT-KT·LG유플 ' 논리 첫 대결

SK텔레콤 “함께 성장동력 있는 미래로 가자”
KT “SK가 헬로비전 인수하면 시장 고착화”
LG유플러스"SK는 미디어 1위하면 안 된다"
  • 등록 2015-11-26 오전 3:02:19

    수정 2015-11-26 오전 3:07:2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신3사가 국회에서 격돌했다. SK텔레콤(017670)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내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리 대결을 폈다.

하지만 다소 맹숭맹숭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1위 사업자의 케이블TV 1위 사업자 인수’에 따른 ‘경쟁제한성 주장’에 SK텔레콤이 구체적인 반박을 피하면서 생긴 일이다. SK텔레콤은 왜 헬로비전을 인수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 합병이후 투자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25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우상호·정호준 의원이 주최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에는 이상헌 SK텔레콤 상무,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가 참석했다. 통신3사가 이 이슈로 한 자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T “함께 성장동력 있는 미래로 가자”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통신·방송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 주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통신의 위기는 사업자간에 서로 힘들게 해야만 존재 의미를 느낄 정도로 심각하고, 방송 역시 이익의 지속감소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가 있다”며 “SK텔레콤의 경우 3분기 영업익은 물론 매출까지 전년동기 대비 각각 8.6%, 1.6%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창사이래 최초로 올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ICT시장이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로 인해 점점 더 궁지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틀을 바꿔 글로벌에서 공감을 받는 새로운 방송융합으로 가는 것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KT의 주장과 ▲김경환 상지대 교수의 SK인수 이후 케이블TV(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 중지나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이 상무는 “이번 딜이 일어나도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의 1위는 KT이고 이동전화 시장은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경쟁사 논거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추후 보다 깊은 토론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우려에 대해서는 “더 유의해서 고민하겠다”면서 “인수이후 집중 투자를 통해 케이블과 IPTV 네트워크 및 서비스 고도화, 콘텐츠·신기술 투자 확대‘상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정부에 상의드리고 고견을 듣고 고민하겠다”고 부연했다.



25일 국회 토론회 행사장 앞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보낸 화환과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화환이 전시됐다.
◇KT “SK가 헬로비전 인수하면 시장 고착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결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게 KT주장이다.

김희수 KT(030200)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해외에서 통신기업과 미디어기업간 M&A가 급증하니 이번 딜도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 같은데 15년 전 데자뷰가 있다”며 “2000년 SKT가 신세기 기업결합시 우리나라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공정위 조차 내수시장이라며 경쟁제한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때 미약한 조건을 붙여 지금까지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고착화된 뿌리가 됐다”고 평했다.

그는 해외 M&A 사례와 이번 SK의 헬로비전 인수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김 부소장은 “M&A가 기업성장의 주요 통로임은 분명하나 이는 개별기업의 지배력이 없을 경우”라면서 “M&A로 형성된 지배력이 강화된다면 경쟁 제한이라는 소비자 피해, 공익과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융합 추세를 반영해 1996년 통신법 개정 이후 많은 M&A가 진행됐지만 시장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허하거나 제한한다”며, “1위(AT&T)와 4위(T모바일) 통신사간 M&A는 T모바일의 요금인하나 새요금제가 인수로 흡수되는 걸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고, AT&T의 DirectTV(위성방송) 인수 역시 허용했지만 굉장히 많은 조건을 붙였다. 규제당국(FCC)의 숙원인 강력한 초고속인터넷 투자를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의 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헬로비전 알뜰폰을 활용한 방송통신결합상품 지배력 확대 우려와 ▲SK와 CJ그룹의 플랫폼-콘텐츠 수직결합시 콘텐츠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25일 국회 토론회 행사장 앞에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보낸 화환이 전시됐다. 통신3사 CEO 중 유일했다.
LG유플러스 “SK는 미디어 1위하면 안 된다”

LG유플러스(032640)는 미디어는 방송이니 무료인터넷방송(OTT)과 다르고, 통신사가 주도해선 안 된다는 색다른 논리를 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SK텔레콤 홈페이지를 보면 ‘국내 1위 미디어 기업을 지향한다’고 돼 있는데 미디어는 소유와 겸영 규제가 있다. OTT와 혼동하면 안 된다. 그러니 글로벌 트렌드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통신기업이 넘버 1을 지향한다고 하면 경쟁제한성이 커진다”면서 “10년 동안 네트워크의 독점성, 수익성으로 통신사 영업이익의 80%를 가져갔는데,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를 가진 업체가 콘텐츠와 플랫폼까지 한다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SK의 헬로비전 인수가 어려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1위와 케이블 1위가 어떤 시너지가 나는가?”라면서 “케이블에 IPTV 셋톱을 넣고 제2의 접시없는 위성방송(DCS)이다 하면 헷갈리는 일”이라면서 “정책판단 고려 없이 허용되면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410만 명에 달하는 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에 대한 SK 이동통신의 순차결합 문제 ▲케이블방송과 IPTV에 대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철학으로 하는 통합방송법의 국회 통과 시 법취지를 살리려면 헬로비전 권역에서의 SK브로드밴드 점유율 제한 필요성 ▲주식취득 인가나 합병인가 전 채널 재편 논의 불가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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