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해서, 또는 은행 계좌가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세금이 훨씬 낮게 부과되므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이다. 수출 투자와 관련한 비용을 줄이려는 해외 거래선이 페이퍼컴퍼니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현재 정황으로는 재산을 빼돌리려는 의도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강하다. 이름뿐인 회사를 차려 수십억원에 이르는 호화 주택을 거래했는가 하면 상속·증여세를 물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했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해외계좌 신고의무제가 2년 전 도입됐으나 그동안 자진신고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석연찮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잖아도 며칠 전부터 CJ그룹이 해외지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으로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제 다른 기업인들의 명단이 드러나는 만큼 국세청의 철저한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해외에 재산을 도피시키지 못하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국제 공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재력가들도 스스로 도덕성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