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고개 숙이면 안돼”..대문 고친 육영수 여사

`삶의 기록` 겹겹이 쌓인 최규하 가옥
독일식 세련미 살린 장면 총리 가옥
`99칸` 세도가 위용 간직한 윤보선 가옥
  • 등록 2011-12-23 오전 6:00:00

    수정 2011-12-23 오후 12:17:19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복원이 가장 까다로웠던 대통령 가옥은 바로 박정희 가옥입니다. 집안 내부를 찍은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아주 혼났죠.”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역대 정부수반 유적 복원사업’을 총괄하는 김수정(42) 서울시 문화재과 팀장은 가장 복원이 힘들었던 곳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5~9대)이 1958년부터 1961년까지 거주했던 서울 중구 신당동 가옥을 꼽았다. 

                                             윤보선                 장면                   박정희                최규하                                                     (사진=청와대·총리실)     ◇ 육영수 여사, 집안 개조로 내조

김 팀장은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5·16 쿠데타를 계획했는데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적 상황으로 집안 내부를 찍은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가옥 복원을 전적으로 박 대통령 자녀와 측근의 증언 등에 의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 자녀들은 어렸을 때라 집 자체에 대한 기억보다 당시 집안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많았다”며 “차녀인 박근영 씨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집안에 도너츠 냄새가 가득하게 했으며, 항상 한복을 입고 웃는 얼굴로 집안을 밝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가옥 복원을 진행하는 동안 육영수 여사의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을 집안 곳곳에서 발견했다. 박정희 가옥은 일제 강점기 지어진 일본식 목조주택이다. 육 여사는 집안 구석구석을 고치고 다듬으며 한국인의 생활에 맞게 개조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주방 조리대를 입식으로 고친 것도 특징이다. 특히 대문은 육 여사의 내조 솜씨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김 팀장은 “집이 건축될 당시 대문 한쪽 편에 허리까지 오는 작은 문이 있어 드나들 때 허리를 숙여야만 했다”며 “육 여사는 장군이었던 남편이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때 고개를 숙이면 기개가 꺾인다고 꼿꼿하게 서서 들어올 수 있도록 대문을 개조했다”고 말했다.

◇ 최규하 전 대통령, '보관의 달인'

최규하 전 대통령(10대)은 정리와 보관의 달인이었다. 최 전 대통령이 1973년부터 2006년까지 거주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옥은 신문 뭉치 등 최 전 대통령이 수십 년간 차곡차곡 모아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김 팀장은 “최 전 대통령의 집은 대통령 삶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최 대통령은 한 번 들어온 물건은 절대로 버리는 법이 없었는데 오래된 신문, 책 등이 방마다 가득하다”며 “심지어 낡아서 여기저기 해진 영부인 신발까지 보관해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면 전 총리(2, 7대 총리)의 가옥과 생활상은 소박한 가운데 세련미가 넘쳤다. 1937년 장 총리가 동성학교 교장으로 취임하는 시기 지어진 집은 한옥들이 대부분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에서 안채는 한옥으로, 사랑채는 양옥으로 지은 보기 드문 혼합 양식의 주택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남달랐다. 붙박이 가구, 문갑 책상 등 가구 대부분이 독일식이었다. 장 총리는 미국, 영국 유학 시절 접한 실용적인 독일식 가구를 직접 본떠 집안 가구들을 제작했다.

◇ 독일식 가구 사랑한 장면 전 총리

김 팀장은 “가만히 두면 문갑인데 중간에 문을 열면 탁자가 나와 책상이 되는 문갑 책상이라든지, 붙박이 가구 등은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가구들”이라며 “장 총리가 검소한 가운데 내부 인테리어 등에서 세련미를 강조한 흔적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윤보선 전 대통령(4대) 가옥 복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안채, 사랑채, 별당채, 온실 등 건물만 6동에다 방의 수가 99칸에 달하는 구한말 세도가의 위용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김 팀장은 “영국에서 유학한 윤 전 대통령은 특히 정원을 가꾸는데 공을 들였다”며 “대문을 들어서면 윤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 애정을 쏟았던 정원수가 고급스럽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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