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에 배민은 ‘배달 건당 1000원의 고정 수수료’를 받는 정액제로 입점 업체를 끌어모았다. 2022년 정률제로 변경해 6.8%의 수수료를 부과했고 이번에 9.8%로 대폭 올렸다. 과도한 수수료 인상에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지만 배민은 꿈쩍도 안 한다. 정부가 나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별 영향이 없다. 소상공인이 배달 앱에 의존하는 한 배민의 횡포를 피할 길은 없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배민의 월간 이용자 수는 2254만 명에 이른다. 쿠팡이츠의 899만 명과 요기요의 526만 명을 합치면 월간 배달 이용자 수가 3679만 명에 달한다. 이런 배달시장을 소상공인이 외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2022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업의 배달 매출 비중은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에게 존재감이 없는 판매자는 가격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다른 판매자와 경쟁해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려면 최저 수준의 가격과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 가격을 낮춰 매출이 올라갈수록 마진은 줄어든다. 플랫폼 거래는 마약과 같다. 한번 시작하면 중독돼 끊을 수 없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플랫폼에 구속되지 않으려면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고객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플랫폼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전시장(showroom)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주문한 고객이 나중에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고객에게 배달되는 상품 안에 판매자의 카탈로그와 함께 쿠폰을 넣어 직접 주문해 구매할 경우 특별 할인이나 사은품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외식업에서는 배민을 이용해 구매한 고객에게 배달되는 음식 포장에 직접 주문하면 할인이나 1+1의 혜택을 주는 쿠폰을 첨부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만일 플랫폼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주문한 고객에게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면 이는 엄연한 갑질이다. 정부가 개입해 플랫폼이 고객과 판매자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느냐 아니면 플랫폼에 이용당하느냐는 소상공인의 선택이다. 플랫폼은 중간에 개입해 고객과 판매자를 연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얻는다. 이런 플랫폼을 이용해 고객기반을 넓히고 새로 확보한 고객과 직접 접촉해 관계를 맺으면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불변의 상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