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디지털 장벽 열어라”…韓, 망중립성·위치데이터 문제제기

USTR, 2024 무역장벽보고서 공개
과거보다 문제제기 수준 상당히 낮아져
IRA법 시행으로 무역국가간 협력 강조 기류
트럼프 재집권시 보고서 수준 달라질 가능성도
  • 등록 2024-04-02 오전 3:19:18

    수정 2024-04-02 오전 3:19:1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나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법안이 ‘반경쟁적’이라며 재차 문제제기를 했다. 아울러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망사용료 지급 법제화에 제동거는 미국

USTR은 지난달 29일 공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2021년부터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며 “(KT·SK브로드밴드·LG U+ 등 )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업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콘텐츠 업체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가 한국의 경쟁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욱이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해치면서 한국의 3대 ISP 사업자들(KT·SK브로드밴드·LG U+)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경쟁적일 수 있다”며 우리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했다.

USTR은 망사용료 문제와 관련해 3년 연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P)가 ISP의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내는 대가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유럽 등에서는 넷플릭스나 구글과 같은 미국의 ‘빅테크’가 네트워크 트래픽에 부담을 주고 있으니 세금이나 기금, 요금 등 어떤 형태로든 망 고도화에 기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대가를 줄 수 없다고 SK브로드밴드에 소송을 진행했고, 추후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하긴 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이런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통상분쟁 등 이견이 있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USTR은 아울러 위치 기반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재차 담았다. 국내 위치 기반 데이터가 해외에 제공되지 않아 구글, 애플 등 자국내 기업들이 지도 등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USTR은 “위치 기반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제한으로 해외 공급업체는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며 “위치 기반 데이터를 얻으려면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한국은 수많은 신청을 받았지만 라이선스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2만5000분의 1의 지도 데이터는 반출한 경우가 있지만 그 이상을 제공한 사례도 없고, 제공할 경우 국가 안보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사진= AFP)
“무역파트너, 주권적 권리 보유” 명시…문제제기 수준 줄어

USTR은 1985년부터 매년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해외시장 진출 어려움을 수렴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60여개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평가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각국 무역장벽 조치의 국제법적 근거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기면서 미국이 기존보다 문제제기 수준을 낮췄다는 평가다. 과거 USTR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과 AI(인공지능)법,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데이터 현지화 요구 등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으나 이번엔 제외됐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올해 무역장벽보고서 서문에 “각 무역 파트너는 적법한 공공 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들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무역장벽의 경우 작년에 기술됐던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을 ‘산업 보조금’으로 언급했던 부분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대상 외국 기업에 충분한 변호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업계의 문제제기 부문도 빠졌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무역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이 중요한 만큼 기존보다 문제제기 수준이 줄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터라 만약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들어선다면 무역장벽 보고서의 문제제기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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