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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의 첫 관문인 법사위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여야의 ‘소년법’·‘형법’ 개정안 7건은 모두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살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했다. 계획대로 올해 안에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법 개정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 소재와 특별검사(특검) 도입 여부, 윤석열 정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등을 두고 여야가 날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어 더욱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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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신중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소년범죄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연령 하향은 자칫 소년전과자를 양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대책인 만큼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전보다 소년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사회적 환경도 많이 변했다”며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려는 소년범들도 많은 상황에서 연령 상한을 1살 낮추자는 법무부안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전주혜 의원의 경우 지난 4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허은아 의원 대표발의) 발의에 공동 참여하는 등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다만 소년범에 대한 교육, 피해자 보호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법사위의 ‘캐스팅 보터’(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투표자)로 불리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조건부로 찬성했다. 조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연령 하향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찬성·반대 여부’는 의원들마다 의견이 엇갈렸지만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정점식·박형수 의원은 “야당의 반응과 생각에 달렸다”고 봤다. 장동혁 의원은 “공청회도 해봐야 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며 “형사사법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이니 빨리 합의해서 가자고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법으로 정한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뛰어넘은 앞으로의 지향점까지 염두에 둔 절차가 돼야 한다”고 했다.
리서치 전문업체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앞서 지난 6월 성인남녀 3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2%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연령 하향시 범죄율 감소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77.5%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유엔(UN) 조사 결과 우리나라처럼 형사책임연령을 14세로 정해놓은 나라가 33개로 가장 많지만, 책임연령 기준을 더 낮게 정한 나라(7~13세)도 100개가 넘을 정도로 많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 하향이 촌각을 다툴 정도로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며 “다른 많은 안건들도 다 밀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이번 법 개정 계획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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