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기업의 일방적 물적분할 결정으로 인한 일반투자자의 피해와 기관의 허수청약에 따른 수요 예측 시장 왜곡 등 제도 개선이라는 숙제도 동시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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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시가총액 118조1700억원을 기록해 SK하이닉스(000660)(82조6283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2위로 직행했다. 상장 첫 날 시총 2위로 직행한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LG그룹의 시가총액도 종전 120조원 수준에서 230조원대로 늘어나 SK그룹(180조 원대)을 제치고 삼성그룹(670조원대)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거래대금은 8조원을 넘겨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의 거래대금 1조5900억원을 압도했다.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1조4940억원어치 팔아치워 순매도 1위를 기록했으며,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을 3조원 이상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개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1조2310억원어치 팔아 순매도 1위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 과정에서 ‘최초’ ‘최대’ ‘최고’ 기록 행진을 벌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조7500억원을 공모해 사상 최대 금액을 증시에서 조달했다.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이던 삼성생명(4조9000억원 공모)을 11년 만에 뛰어넘었다.
물적분할에 기관 허수청약…‘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목소리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과정에선 ‘쪼개기 상장’ 논란이 커졌다. 성장 잠재성이 큰 핵심 사업부를 따로 분리해 별도의 법인을 상장시키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떨어져 나가면서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다가오면서 급락해 현재 60만원대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그 자체로는 주주가치에 해를 입히지 않지만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IPO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 IPO를 통해 신주를 배정 받은 투자자로 한정되고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된다”고 지적했다.
“모회사 주주 권리 보장…작은 기업 IPO 소외 막을 제도 개선 시급”
기관의 허수청약으로 인한 수요예측 시장의 왜곡 문제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실수요보다 과하게 베팅하는 경우가 관행으로 굳어졌다.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 납부 의무가 없는 조건을 악용한 것이다.
베팅 제한이 없는 사모펀드가 활개를 치면서 최근 청약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경우 ‘증권인수에 관한 규정’에 주문 금액 상한이 없다. 결국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예측 시장의 왜곡으로 공모가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 IPO에 대한 허수청약으로 경쟁률이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IPO가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와 투자일임회사의 허수 청약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 신설로 IPO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