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한강이 품은 경기도 여주 강천섬. 태백 검룡소에서 솟은 남한강이 섬강을 받아내는 여주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다. 충주호에서 북으로 힘차게 흘러온 물줄기가 섬강을 만나 서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트는 곳이다. 여주 땅을 감싸고 도는 부드러운 물길 위에 봉긋 솟은 모습이 유유자적 강물을 거스르는 작은 나룻배를 쏙 빼닮았다. 강물이 불어날 때만 섬이 되던 강천섬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이제는 오롯이 섬으로 남았다.
강천섬은 백패커, 특히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초보 백패커에겐 반드시 가봐야할 ‘성지’로 통했던 곳이다. 지난 6월부터 강천섬은 낚시를 포함한 야영·취사 행위가 전면 금지되면서 백패커들도 자취를 감췄다. 백패커가 떠난 그 자리는 대신 가을 나들이객이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강천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5k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서부터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아스팔트 깔린 산뜻한 진입로와 달리 강천교를 지나면 길은 이내 흙길로 모습을 바꾼다. 길섶에 웃자란 풀과 나무에서 풍겨오는 상큼한 냄새도, 바람에 실린 비릿한 민물 냄새도 반갑다. 원시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과 많이 닮은 강천섬의 나무와 풀들은 들인 발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모든 무인도가 그렇듯 강천섬에는 뿌리내린 나무며 풀이 제멋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자라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 군락이 그중 하나다.
강천섬 곳곳에는 미루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동서로 길쭉한 강천섬은 면적이 57만1000㎡에 이른다. 축구장 80개 정도를 합쳐놓은 크기다. 강천섬에서의 시간은 참 느리게 간다. 자연 속에서 만끽하는 느긋함과 여유로움 때문이다. 넉넉하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건 각자의 몫. 그러니 강천섬에서는 도시에서 해보지 못한 많은 걸 해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팔베개하고 누워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본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한 책 한 권 읽는 것도 좋겠다. 산뜻한 산책로를 따라 섬 한 바퀴 돌아보는 여유도 잊지 말자. 3km가 채 안 되는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넉넉히 잡아도 1시간이면 족하다. 도시에서보다 한 템포는 느리게 걸을 때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