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길의뒷담화]3억 퇴직금 받는 목사님 세금은 '0원'

종교인 퇴직금 감세 세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퇴직금 3억이면 직장인 1390만원, 종교인 0원
퇴직금 금액 큰 대형교회일수록 혜택 커 논란
"전세계 유례없는 특혜" Vs "종교인 과세 안착차원"
  • 등록 2019-03-31 오전 6:00:00

    수정 2019-03-31 오전 11:22:06

※모든 정책에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습니다. 세종관가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교인도 공평하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 마련이 50년이나 걸렸는데, 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 법안이 통과된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일반 국민이 내는 금액의 십분의 일밖에 안 내도록 하는 세금 법안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지난 29일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종교인 과세 완화 반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지난 26일 이데일리 <[단독]총선 앞두고 종교인 과세 완화 추진..특혜 논란> 보도 이후 잇따라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28일 ‘소득세법 개정안(대표발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기재위는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은 종교인 퇴직금에 붙는 세금을 감면하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는 목사 등 종교인이 퇴직하면 받는 일시금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퇴직소득세가 자동으로 부과됩니다. 직장인과 똑같은 퇴직소득세 납부 방식입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줄어듭니다. 퇴직소득세 과세 범위가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축소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목사 등 종교인 퇴직소득세 세금이 직장인보다 얼마나 많이 줄어들까요? 실제로 계산해 보니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많게는 일반 국민보다 1000분의 1수준까지 줄어들듭니다. 직장인들을 허탈케 하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대폭 줄어든다. 현재는 직장인과 종교인의 퇴직소득세가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천만원이상 차이가 벌어질 전망이다. 퇴직금 15억원 기준으로 직장인은 2억3551만원, 종교인은 25만원으로 줄어든다. 약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근무기간 30년, 2018년 12월31일 퇴직자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출처=국세청 ‘2018년 귀속 퇴직소득 세액계산 프로그램’ 결과]
퇴직금 3억이면 0원, 15억이면 25만원으로 감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의 자문을 거쳐 국세청 퇴직소득세 계산기를 통해 퇴직소득세를 계산해봤습니다. 이 계산기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2018년 귀속 퇴직소득 세액계산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이 엑셀 프로그램에 근무기간, 퇴직금만 넣으면 자동으로 직장인들의 퇴직소득세가 산정됩니다.

우선 근무기간은 1989년 1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30년으로 하고, 퇴직금으로 3억원을 받는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대학교수 등으로 30년 근무해 정년퇴임하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3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 가정입니다.

계산 결과 현재 세법대로라면 퇴직소득세로 1389만6630만원(소득세+지방소득세)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 시행되면 종교인이 내는 퇴직소득세는 0원이 됩니다. 법개정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종교인 과세 범위가 퇴직금 3억원에 30분의 1(2018년 1월1일 이후 근무기간인 1년/전체근무 근무기간인 30년)인 100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1000만원은 면세내 소득이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종교인들이 1년에 몇십 만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경우를 찾기 위해 다시 계산해봤습니다. 근무기간은 30년으로 동일하게 하고 퇴직금을 15억원으로 받는 경우로 가정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2013년 기자회견을 열고 “조용기 원로목사가 20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백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형 교회에서 오랜 기간 일한 목사님들은 퇴직 때 위로금, 주택구입비나 주택 등으로 수십억원씩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계산 결과 현재는 퇴직금 15억원을 받으면 퇴직소득세로 2억3551만1200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 시행되면 종교인 과세 범위가 15억원의 1/30년이 돼 50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5000만원에 대한 퇴직소득세는 25만3440원에 불과합니다. 수십억원씩 퇴직금을 받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님들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여야 의원 25명이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에 참여했다. 이후 반발이 커지자 작년 1월1일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 1년여 만인 올해부터 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가 추진된다.[사진=연합뉴스]
학계·시민단체 반발 “전세계 유일한 세금 특혜”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에게 유례없는 세금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홍기용 교수는 “종교인 과세 유예에 이어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까지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월급여는 낮추고 각종 명목으로 퇴직금을 크게 올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종교투명성센터(공동대표 곽성근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대표·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회장)는 29일 입장문에서 “신도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종교단체의 재원이 특정종교인 개인의 부로써 자유자재로 이전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종교계의 요구에 또다시 헌법상 평등권과 조세평등원칙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한국당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 민주평화당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소속 기재위 국회의원(정원 26명),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기획재정부 관계자 중 누구도 29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이견이 없으면 내달 4일 국회 법사위, 5일 본회의에서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 처리됩니다.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됩니다. 통상적으로 세법 개정은 1년 이상 논의를 걸쳐 이뤄집니다. ‘종교인 과세 완화법’은 조세소위에서 논의돼 공론화된 지 불과 8일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됩니다. 이례적인 세법 개정임은 분명합니다.

국회와 기독교계에서는 오히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합니다.

이에 정성호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시행일 이전의 퇴직금에도 소득세를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종교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며 “종교인 과세를 안착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 소속 종교인 과세 TF(태스크포스) 소속 한 목사는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정부·국회가 과세 기준을 잡는 것”이라며 “일부 대형교회를 사례를 가지고 기독교 전체가 세금 특혜를 받는 것처럼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선택 회장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일반 국민들을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종교인에게 세금 특혜를 주면 직장인들 중 누가 세금을 내고 싶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정 위원장은 종교인 퇴직금에 붙는 세금을 감면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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