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금리인상으로 미국 주택 판매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부유층 한국인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는 지금이야말로 구매 적기라고 여겨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열기는 업계 종사자들도 증언하는 대목이다. 뉴욕의 고급 부동산 전문회사 코코란 그룹의 닐 스로카 수석 부사장은 "한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코란 그룹이 맨해튼 미드타운 건너편 뉴저지 주에 개발해 분양 중인 총 344가구의 호화 아파트 `허드슨 클럽`의 매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스로카 부사장은 "40만달러∼160만달러에 달하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한국인 고객들의 절반이 대금을 현찰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자금은 한국이 아닌 곳에서 직접 송금되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미국이나 한국의 컨설팅 회사, 부동산 중개회사, 변호사들이 동원된다"고 소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올해 1분기 대미 직접 투자는 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 대금 12억7000만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외에 주식 및 채권, 인프라 투자 금액도 포함한 수치다.
한국계 부동산 업체인 뉴스타의 안상모 중개인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투자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부유층의 미국 부동산 매입은 지난 5월 정부의 해외 부동산 투자한도 확대 조처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자국민의 해외 투자를 엄격히 규제해 왔다. 때문에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의 미국의 부동산 구매는 매우 까다로왔지만 투자한도 확대 조치로 이같은 장애물이 사라진 것.
JP모건체이스 서울 지점의 임지원 부사장은 "정부의 해외 투자 규제로 사람들은 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갈 길이 없었다"며 "이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객들이 전 세계의 주택, 아파트, 빌라 등을 매입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미국 부동산을 사려고 한다"며 "그들에게 미국 부동산은 안전할 뿐 아니라 환율 효과로 싸게 매입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으로 해외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가치를 높여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해외 투자 규제 완화는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고자하는 의도도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최근의 원 절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경쟁력이 타격받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까지는 투자 규제 완화가 정부의 의도에 부합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원화 강세를 막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